| 하이힐 착용 거부로 해고 당한 니콜라 소프가 지난 1월 25일 오전 영국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의회 의원들에게 여성들에게 불공정한 복장규정에 불만을 제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렉스 피쳐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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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2015년 영국 금융지구 접수 담당자로 파견됐던 니콜라 소프는 하이힐을 신지 않겠다고 했다가 해고됐다. 소프는 최소 2인치(약 5㎝) 이상의 하이힐을 신도록 강요받았다. 소프는 여성 직장인들이 구식인데다 성차별적인 복장 규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며 영국 의회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영국 의회 의원들은 6일(현지시간) 소프의 청원으로 촉발된 청문회에서 소프를 해고한 회사 포르티코가 2010년에 제정된 평등법을 어겼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여성들이 직장에서 부당한 복장 규정을 강요받지 않도록 관련 규칙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한 소매업체에서 일하는 여성이 증인으로 참석해 크리스마스에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블라우스를 벗으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밝혔다. 다른 증인들 역시 금발로 염색하라거나 매니큐어 또는 화장을 계속 다시 하도록 강요받았다고 전했다. 청문위원회 위원장인 헬렌 존스 노동당 의원은 “영국 여성들은 직장 내에서 이중 잣대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사회가 아닌 1850년대에 살고 있는 듯 하다”면서 평등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직장내 복장규정은 지난 2009년에도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당시 영국의 발 치료 의사협회는 여성 직장인들이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하이힐 착용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갖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이힐을 오래 신으면 발에 물집이나 굳은 살이 생기며 발과 무릎, 허리 등에 통증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아울러 몸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져서 하지정맥류 등과 같은 각종 건강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듬 해인 2010년 영국 의회는 직장에서 성별, 연령 또는 성적 취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토록 하는 평등법을 만들었다.
한편 소프의 탄원은 영국 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많은 여성들이 굽이 없는 신발을 신고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 소프를 지지했다. 직접 하이힐을 신은 사진을 올린 남성도 있었다.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사만다 파워는 트위터를 통해 “여성들에게 하이힐을 신도록 요구하는 남자들에게 9시간 동안 하이힐을 착용토록 청원해야 한다”면서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