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신뢰 필수·AI 역할 주목”…보아오 서울회의 성료(종합)

[보아오 아시아포럼 서울회의 2024]
‘공동 미래’ 주제로 6년만에 개최
“불신 악순환 가져와…다자주의 제도 보호”
“AI, 인간 대체할 것…인간 강점 파악해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개회사 열어
  • 등록 2024-11-22 오후 6:04:49

    수정 2024-11-22 오후 6:03:47

[이데일리 김윤지 하상렬 기자] ‘아시아판(板)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의 동북아 지역회의가 22일 ‘공동 미래를 향해’란 주제로 서울에서 6년 만에 개최됐다. 신뢰와 연대, 대화 및 국제적 합의의 필요성과 시급성 등 명확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가운데 다가오는 미래에서 인공지능(AI), 여성과 청년의 역할이 강조됐다.

카를로스 구티에레스 전 미국 상무장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보아오 아시아포럼 서울회의 2024’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하상렬 기자)
카를로스 구티에레스 전 미국 상무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보아오 아시아포럼 서울회의 2024’의 ‘공동 미래를 향해’ 세션에서 국제사회가 직면한 각종 문제들이 불신의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중국의 굴기가 미국의 해를 입힐 것이란 믿음에서 심각한 이해 충돌이 발생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신뢰 구축은 어려울 수밖에 없고 불신이 불신을 낳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불신, 갈등의 씨앗…이해 선행돼야”

그는 “국제 사회 번영을 위해 평화로운 공존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서 “우리가 우선시 해야 할 일은 글로벌 제도와 합의들을 보호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리기후협약부터 세계무역기구(WTO) 까지 다자주의 제도와 기관들을 언급하며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자 입장이 있지만 각자 상대성을 이해하고 처리하는 것이 각국의 리더십”이라면서 동시에 “서로 이해하기 위해선 서로에 대한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자리에선 공동 미래를 위한 ‘형평성’도 강조됐다. 인류의 번영이라는 공동의 미래는 전 세계 모두가 누려야 한다는 것이다. 샤히드 카칸 압바시 전 파키스탄 총리는 한 세계의 번영이 다른 세계에선 실존적인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형평성은 더 조화로운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했다.

돈 쁘라믓위나이 전 태국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신뢰의 부재에 대한 공감을 표하면서 그로인해 국수주의, 포퓰리즘, 지정학적 갈등 등이 부각되고 있으며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인류의 큰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신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친구 뿐만 아니라 적과도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한다”면서 “립서비스를 제공하던 외교의 시대는 끝났고 이제 행동해야 할때”라고 말했다.

“AI 시대, 비판적·창의적 사고 필수”

이번 회의는 인류의 미래에 있어 AI 역할에 주목했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은 ‘AI와 인류의 미래’ 세션에서 “만약 AI 기술을 무시한다면, 경쟁에서 뒤처지게 될 것”이라면서 “적극적으로 AI의 약점을 파악하고 인간의 강점이 무엇인지 파악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인간이 AI를 앞서지만 언젠가 인간이 AI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충고였다.

구티에레스 전 장관은 창의적·비판적 사고를 강조했다. 그는 “과거엔 특정 주제에 대해 단순히 지식을 많이 아는 이가 똑똑한 사람으로 분류됐지만, 이제는 AI를 통해 데이터를 혁신적인 방식으로 활용하는 게 중요해졌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디지털 문해력은 오늘날 최고경영자(CEO)들의 필수 덕목”이라고 짚었다.

딥페이크, 허위 정보, 저작권 등 AI와 관련된 과제들도 있었다. 구티에레스 전 장관은 “AI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고 우리 경제가 망가질 수 있다”면서도 “AI의 이점을 감안하면 이런 문제들은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이에 AI를 관리하는 국제기구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장 원장은 “AI가 핵무기 같은 무기에 적용된다면,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면서 “어느 정도의 규제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런푸지 일본공정원 원사는 “AI가 부국이나 부자들만 혜택을 받게 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모든 인류가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책임지는 AI를 위해 규칙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여성·청년, 균등한 기회 주어져야”

여성과 청년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이번 회의에서 이뤄졌다.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전 필리핀 대통령은 “제도적 기반에서부터 성 평등이 시작할 수 있다”면서 “정책 입안가들은 법안을 기반으로 성 평등을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엠마뉴엘 페레스 프랑스 미래혁신재단 사무총장은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그 과정에서 지정학적 과제도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성을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인류의 절반인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포용적 리더십 독려, 정치 영역 등에서의 여성 할당제 마련 등을 제시했다.

폰피몰 칸차날락 RS자산운용 이사회 고문은 청년 문제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청년들은 더 이상 미래에 대해 낙관하지 않고 있다“면서 ”도시화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희망을 잃어가면서 청년들의 중독 문제 등이 발생했다“고 짚었다. 그는 ”전 세계적인 평화와 발전을 위해 청년은 우리의 미래“라면서 ”청년 문제에 포용적 차원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와 반기문 보아오포럼 이사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서울회의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 반기문 “세계화, 후퇴하는 일 없어야”


보아오 아시아포럼 이사장이기도 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개회사에서 “세계화는 후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감으로써 모든 세계 국가와 국민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어야 한다“면서 ”중국이든, 미국이든, 이 세상 그 어떤 단일 국가도 강한 힘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역할을 혼자 할 수 없다. 우리는 손을 잡고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립과 대립의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일방주의, 탈세계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를 위해 더 많은 것을 달성해주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면, 공통의 지속가능한 미래가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25년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언급하면서 한국이 신흥경제국들과 꾸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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