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히든 카드 ‘PB 자회사’…패션·건기식 강화로 승부수

쿠팡, PB(자체 상품) 강화로 적자폭 줄이기 행보
PB 자회사 씨피엘비 작년 순이익 209억 큰폭 증가
아마존, 화이자 출신 전문가 잇달아 영입…PB 강화 모색
핀테크, 물류 자회사 흑자전환…모회사 수익에 힘보태
  • 등록 2022-04-14 오후 4:35:21

    수정 2022-04-14 오후 9:00:10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이커머스 영토 확장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던 쿠팡이 달라졌다. 작년 2조원 규모 적자를 낸 쿠팡은 자체 브랜드(Private Brand) 패션 카테고리 강화, 쿠팡이츠 수수료 개선 등을 통해 적자폭을 줄이고 흑자전환을 꾀하는 모양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 (사진=쿠팡)
14일 쿠팡에 따르면 PB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씨피엘비’는 작년 1조 568억원 매출액과 209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2017년 PB사업을 처음 시작한 쿠팡이 불과 4년만에 매출액 1조원을 달성한 것이다.

PB사업 약진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공격적인 물류 인프라 투자로 적자를 지속 중이다. 쿠팡은 작년 뉴욕증시 상장 이후 적자폭이 오히려 늘면서 이로 인해 주가는 17달러로 공모가(35달러) 대비 반토막이 났다. 시장에서도 쿠팡의 흑자전환 시기에 대한 의문을 보내는 상황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쿠팡은 지난달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처음 흑자전환 시기를 언급했다. 이날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2022년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정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7~10% 목표 달성을 위해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수익성 개선에 자신감을 보였다.

이에 쿠팡은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등 신규 사업을 제외한 기존 사업부를 중심으로 수익성 개선 행보에 나서고 있다.

씨피엘비는 쿠팡 자회사 중 수익성이 가장 큰 사업으로 카테고리를 라이프스타일 전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패션·제약 분야의 임원을 연이어 영입하며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시동을 걸고 있다.

최근 쿠팡에 합류한 제임스 퀵 패션 담당 부사장은 아마존에서 유럽 의류 부문을 맡았던 패션이커머스 전문가다. 그는 아마존에서 성공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쿠팡의 패션 PB 사업을 키운다는 각오다. 작년 기준 43조원 규모의 국내 패션시장은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에 쿠팡이 가성비 의류를 만든다면 기존 업체와 경쟁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다.

쿠팡은 빠른 배송과 무료 반품·환불 등 물류에 강점이 있는 만큼 품질만 괜찮다면 성장 잠재력이 크다. 특히 패션사업은 마진이 높아서 씨피엘비의 수익성에도 큰 기여를 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 2월에는 한국화이자제약 출신의 전유원씨를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전 대표는 최근 성장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사업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해외직구를 통해 영양제를 비롯해 다양한 상품을 공급해왔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내 수요가 큰 영양제 PB제품을 만든다면 직구 고객을 흡수할 수 있다. 국내 소비자는 매년 수천억원 규모의 비타민과 영양제를 해외직구로 구매하고 있다.

쿠팡페이,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등 자회사도 흑자로 돌아섰다. 쿠팡의 결제서비스인 ‘쿠페이’를 담당하는 쿠팡페이는 약 3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물류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25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여행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떠나요는 항공권, 숙박 예약 매출이 증가하면서 약 46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음식배달 자회사인 ‘쿠팡이츠서비스’는 5958억원의 매출과 3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단건배달’을 앞세워 배달의민족과 경쟁하는 만큼 쿠팡이츠는 당분간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쿠팡이츠는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최근 수수료를 개편하며 수익 확보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출혈경쟁을 벌이며 고성장한 이커머스에 수익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쿠팡도 흑자를 달성하기 위해서 과거 아마존처럼 PB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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