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압박하는 中…"보잉 조사, 中 EU 들어가야"

안전문제 강조하며 美 압박 강화
"中, 세계 항공계에 존재감 과시…기존질서 도전"
美, 反화웨이에 대응…"무역협상 막판 셈법 복잡"
  • 등록 2019-03-19 오후 4:00:35

    수정 2019-03-19 오후 4:00:35

중국 남방항공이 도입한 보잉 737 맥스 8 기종이 11일 중국 비행당국의 운행 중단 명령을 받고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 멈춰서 있다.[AFPBB 제공]
[베이징=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중국이 미국 대표 항공사인 보잉의 B-737 맥스8 결함 문제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 한 매체는 사고 원인 규명 조사에 중국과 유럽연합(EU)이 참여해야 한다며 공세를 강화했다.

19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B-737 맥스8 사고와 관련된 조사를 국제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보잉과 미국 정부의 유착 관계가 있을 수 있다며 사고 원인 규명 과정이 매끄럽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구시보는 “보잉과 미국 항공청(FAA)의 관계가 드러나면 FAA의 권위는 떨어지고 보잉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으로 바뀐다”며 “보잉은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만큼 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17년 취항한 B-737 맥스8은 최근 두 번이나 추락 사고를 냈다.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의 B-737 맥스8이 이륙 12분 만에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이어 이달 10일에 에디오피아항공 소속 동일 기종 여객기가 이륙 6분 만에 추락, 승객과 승무원 157명이 모두 사망했다.

사고의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현재 이 기종이 새로 장착한 조종특성상향시스템의 소프트웨어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다. FAA가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보잉의 주장에 따라 이 장치를 승인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당국은 FAA의 승인과정과 사고 원인 등을 규명하고 있다.

환구시보는 뿐만 아니라 조사 과정에 중국이 개입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매체는 “중국은 B-737 맥스8을 90대 이상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 조사가 정확히 이뤄질지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주권과 관계된 문제지만 원인규명의 투명성을 위해 중국뿐만 아니라 EU 역시 이번 조사에 참여하거나 감독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환구시보는 아울러 “중국과 EU가 조사 과정에 참여한다면 미국 역시 보잉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과 보잉이 지혜로운 방법으로 세계 항공업계에 믿을 수 있는 결과를 내길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사고 규명과정에서 개입을 요구하는 등 B-737 맥스8 사고 문제를 통해 세계 항공업계에 존재감을 과시하려 한다고 분석한다.

중국은 에디오피아 항공 사고가 일어난 10일 바로 B-737 맥스8 기종 운행을 전면 금지했다. 중국이 운항 중지를 선언하자 말레이시아와 호주, 싱가포르,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도 바로 가담했다. 항공전문지인 ‘에어라인레이팅스’의 제프리 토머스 편집장은 “충돌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 관례와 달리 해당 기종의 운항을 전면 중단한 것은 중국이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태도를 내비친 것이자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중국 항공당국이 지금까지 국제적 존재감 없이 FAA의 지침만을 뒤쫓았지만 이제 세계에 영향력을 과시하며 미국을 압박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고립하고 무역 문제로 격상하는 미국에 대한 반발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은 중국이 화웨이 장비를 통해 개인정보나 국가기밀을 빼내갈 수 있다며 동맹국에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에 중국 역시 보잉 문제를 키워 화웨이 사태를 공론화하는 미국에 맞대응 하려 한다는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사무소의 보니 글레이저 연구원은 “보잉 추락사고는 미국과 중국이 매우 중요한 갈등을 해결하는 가운데 일어났다”며 무역 협상 막바지를 둘러싼 양국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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