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서 고배' 마신 트럼프, '무역전쟁' 확대하나

첫 타깃은 中..커들로 NEC위원장 내정자 "엄정한 무역대응 자초"
EU.中 넘어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FTA 개정협상 앞둔 韓 '초조'
  • 등록 2018-03-15 오후 3:50:24

    수정 2018-03-15 오후 3:50:24

사진=AP뉴시스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텃밭인 이른바 ‘러스트 벨트’(미국의 쇠락한 중북부 공업지대)에서 실시된 연방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이 야당인 민주당에 고배를 마셨다. 국·내외 거센 저항에도 불구,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관세폭탄까지 꺼내들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지만, 패배로 귀결된 것이다. 11월 중간선거의 가늠자선거에서 패한 트럼프가 더 강력한 전방위적 무역전쟁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13일(현지시간) 민주당의 코너 램 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접전 끝에 릭 새컨 공화당 후보를 누른 펜실베이니아 남서부 연방하원 18번 선거구는 이른바 트럼프의 ‘콘크리트 지지층’이라 불리는 중하류 백인층이 밀집한 곳으로, 트럼프가 2016년 대선 때 약 20% 차이로 압승한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민주당은 지난 두 차례 선거에서 이곳에 후보조차 내지 않았던 데다, 이번 선거에서도 공화당의 7분의 1 수준인 고작 200만달러(21억3000만원)의 선거자금만 썼다는 점에서 서 트럼프가 받은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실제 트럼프는 두 차례나 이 지역을 찾아 지지유세를 벌이면서 공을 들였다. 최근 관세폭탄 행정명령 당시 백악관에 작업복 차림의 노동자들을 초대한 것도 이 선거를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지난해말 앨라배마에서 치러진 연방상원 보궐선거 패배가 일종의 ‘경고’였다면, 이번 선거의 패배는 ‘충격’에 가깝다는 게 미국 현지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 CNN방송은 “이번 선거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에 우세 지역에서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조야에선 트럼프가 더 견고하고 무차별적인 ‘무역전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그 타깃은 지난해 3750억달러(399조5000억원)의 대미 무역흑자국인 ‘중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 이튿날 트럼프가 전격적으로 지명한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내정자가 14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엄정한 무역 대응을 자초했다”며 중국과의 무역불균형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게 대표적이다. 자유무역 신봉자인 커들러의 입에서 나온 만큼 지금보다 더 강력한 ‘무역전쟁’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중심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600억달러(63조9500억원)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과 싱가포르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에 ‘중국 화웨이의 시장 지배를 허용하지 않겠다’며 제동을 건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의 무역전쟁은 유럽연합(EU)과 중국을 넘어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미국이 인도의 수출 보조금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한 게 그 신호탄이다. AFP통신은 “트럼프가 주요 교역국들과의 무역전쟁에서 또 다른 전선을 열었다”고 표현했다. 문제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격인 우리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미국은 15일 워싱턴에서 예정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 개정 협상에서 자동차 시장 추가 개방 등 우리를 강하게 압박하려는 기세다. 우리 정부는 한·미 FTA와 철강 관세 협상을 연계해 대응하더라도 한·미 FTA 자체의 ‘이익의 균형’은 확보한다는 방침이지만, 트럼프의 전방위적 압박에 만만치 국면을 맞았다는 게 통상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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