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임대료 인하?…"스스로 무덤 팠다"

면세점 업계, 사드 타격 입어 경영난 호소
2014년 면세사업자 입찰 당시 최대 10배 이상 써내
높은 임대료 부담 과당경쟁에 스스로 자초한 꼴
인천공항 입점 프리미엄도 존재
  • 등록 2017-08-07 오후 5:04:40

    수정 2017-08-07 오후 5:04:40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면세점 업계와 인천공항공사 측이 면세점 임대료 조정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면세점 업계는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며 임대료 인하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각에선 면세점 업계의 요구를 비판하고 있다. 자율적인 경영 판단에 따라 입찰에 참여했고 인천공항의 면세점 운영 경험을 토대로 해외진출 등의 이점을 얻고 있으면서 자구노력보다 외부의 도움을 먼저 요청하고 있다는 것이다.

면세점 업계와 인천공항공사 측이 임대료 인하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전경.(사진=뉴시스)
◇임대료 부담 자초…해외 진출 이점 무시 못해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중국 정부의 한국 여행 규제 조치 이후 면세매출이 다소 감소했으나 내국인 및 일본, 동남아 등의 면세 매출이 증가했다”며 “현 단계에서는 임대료 감면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면세점협회는 인천공항공사 측의 제1여객터미널(T1) 임대료 인하를 건의했다. 사드 보복 조치로 업계 전반이 겪는 경영난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면세업 업계의 단체 행동에, 일각에선 불편한 시각을 보내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측이 적법한 절차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했고 최저수용금액(임대료)을 명시했기 때문에 일시적 경영난에 따른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도한 경쟁으로 스스로 ‘임대료의 덫’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거세다.

2014년 인천국제공항 면세 사업자 3기 선정 당시 대기업에 할당된 8구역에 대한 최저입찰금액(임대료)으로 6522억원을 공시했다. 실제로 입찰한 결과 롯데면세점은 8구역에 대한 임대료로 6조4200억원, 신라면세점은 3조9000억원대를 제시했다. 공항공사 측의 최대 10배가량을 써낸 것이다.

이처럼 업체들이 높은 임대료를 써낸 배경에는 중국인 관광객의 증가 못지않게 입점 프리미엄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해외공항 면세점 입찰 참여 조건에 공항 면세점 운영 경험이 필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천국제공항은 세계적인 공항 평가 사이트 스카이트랙스(Skytrax)에서 세계 3위에 랭크돼 있다. 평점도 최고점인 별 다섯 개를 획득했다. 이 때문에 인천국제공항에서의 면세점 운영 경험은 해외 진출시 긍정적인 요소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공항별로 레벨 평가가 이뤄질 텐데 인천국제공항은 그런 점에서 프리미엄이 있는 것은 맞다”며 “입찰 임대료 제시 당시 이런 부분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인천국제공항의 입점 자체가 세계 공항을 상대로 한 마케팅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터줏대감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이를 발판삼아 해외 면세점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일본, 괌 등지에서 면세사업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 신라면세점 역시 인천국제공항의 면세점 운영 경험을 내세워 세계 1위 공항인 싱가포르 창이공항과 홍콩 책랍콕 공항 면세점에 입점할 수 있었다.

◇“인천공항 임대료 사업만 몰두”…임대 수익·영업이익률 증가

면세점 업계는 인천공항공사의 수익 사업을 탓하고 있다. 면세점 업계는 인천공항공사 측이 본연의 업무인 항공사 유치보다 임대료 장사에 혈안이 돼 손쉽게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공항의 주요 업무가 항공사를 유치해 수익을 내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하지만 인천공항공사는 부대 수익사업인 임대료 장사에만 몰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인천공항공사가 운항수익과 여객수익에서 창출한 매출은 7685억원이다. 전체 매출의 35%가량이다. 반면 면세점 사업자의 임대료인 상업시설 사용료 등이 포함된 상업수익은 1조2177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54%를 차지했다. 2013년과 비교해 임대료 비중은 7%p 상승한 데 반해 운항수익 및 여객수익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이 기간에 영업이익률은 48.6%에서 58.4%로 뛰었다.

외부 환경의 변화도 민간 기업이 예측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사드 사태를 예견하지 못했고 제2여객터미널(T2)의 구체적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이뤄진 입찰이었기 때문에 임대료를 높게 썼다는 것이다. 사드 보복 조치의 영향은 2분기 실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라면세점은 올 2분기 영업이익으로 82억원을 기록, 전년동기대비 47% 급감했다. 한화면세점은 급기야 제주공항면세점을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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