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보트피플에 침묵하는 아프리카·중동

  • 등록 2015-05-12 오후 5:30:20

    수정 2015-05-12 오후 5:30:20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부모없는 아이를 보면 가슴이 아프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아이의 딱한 사연에 용돈을 쥐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불쌍하다고 무작정 자기 자식으로 데려다 키우진 않는다. 정작 자식을 고아로 만든 진짜 부모는 말이 없다.

‘지중해 난민’을 바라보는 시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아프리카와 중동 등지에서 내전과 폭력을 견디다 못한 난민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지중해를 건넌다. 허름한 어선이나 고무보트에 몸을 싣고 유럽 해안에 도착하면 일부러 물에 빠지거나 배에 구멍을 낸다. 이들의 목적은 딱 하나다. 유럽 경비선에 구조돼 난민으로 인정받아 유럽에서 사는 것이다. 올들어 사망한 난민은 1800명에 달한다. 지난해 지중해를 건넌 난민은 17만명이다. 지중해는 지금 난민의 무덤이 되고 있다.

잇따른 참사가 벌어지자 국제사회는 해결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당장 난민이 쏟아져 들어오는 유럽연합(EU)은 부랴부랴 28개 회원국들에게 난민을 의무적으로 할당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경제가 안좋아 살기도 팍팍한데 외부에서 넘어온 이민자들이 곳곳에서 사회문제를 일으키면서 국민들의 반감이 극에 달해있기 때문이다. 실제 영국에서는 지난 7일 실시된 총선에서 난민 구조를 대놓고 반대하는 영국독립당(UKIP)이 총 투표수의 12.6%로 3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정작 자국민을 고아로 만든 아프리카·중동은 말이 없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주목할 만한 침묵”이라고 표현했다. 지중해 참사의 근본적 책임자들이다.

지중해 난민의 출신국은 시리아와 에리트레아, 사하라 이남 국가 등이다. 이들 국가 대다수는 지난 2011년 반정부 민주화 시위인 ‘아랍의 봄’으로 독재정권이 몰락하고 무정부상태에서 크고 작은 내전이 잇달았다. 여기에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득세해 민간인들은 살인과 폭력, 인권 유린을 참다못해 스스로 난민이 됐다.

정정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국가를 외면하지 말고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일이 국제사회가 장기적으로 난민을 줄이기 위해 초점을 맞춰야 하는 과제일 것이다. ‘나라를 잘못 타고난 죄’로 바다에 뛰어드는 이들을 향한 책임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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