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난민’을 바라보는 시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아프리카와 중동 등지에서 내전과 폭력을 견디다 못한 난민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지중해를 건넌다. 허름한 어선이나 고무보트에 몸을 싣고 유럽 해안에 도착하면 일부러 물에 빠지거나 배에 구멍을 낸다. 이들의 목적은 딱 하나다. 유럽 경비선에 구조돼 난민으로 인정받아 유럽에서 사는 것이다. 올들어 사망한 난민은 1800명에 달한다. 지난해 지중해를 건넌 난민은 17만명이다. 지중해는 지금 난민의 무덤이 되고 있다.
잇따른 참사가 벌어지자 국제사회는 해결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당장 난민이 쏟아져 들어오는 유럽연합(EU)은 부랴부랴 28개 회원국들에게 난민을 의무적으로 할당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그런데 이 와중에 정작 자국민을 고아로 만든 아프리카·중동은 말이 없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주목할 만한 침묵”이라고 표현했다. 지중해 참사의 근본적 책임자들이다.
정정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국가를 외면하지 말고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일이 국제사회가 장기적으로 난민을 줄이기 위해 초점을 맞춰야 하는 과제일 것이다. ‘나라를 잘못 타고난 죄’로 바다에 뛰어드는 이들을 향한 책임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