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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최근 제보자 이모씨는 40년생(만 82세) 아버지가 자신도 모르는 새 전화로 KT스카이라이프 인터넷과 TV를 3년 재약정 가입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이씨는 상품을 해지하려고 고객센터에 전화했는데, 재약정 해지 시 할인반환금(위약금)으로 40만원이 발생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재약정 과정과 해지 위약금에 불만을 품은 이씨는 며칠 동안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국민 신문고에 민원을 넣게 됐다. 인터넷·TV 해지 위약금 분쟁 민원 작년 3000건
제보자 이씨는 결과적으로 재약정 해지 위약금 40만 원을 면제 받았다. KT스카이라이프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원실의 중재를 수용한 결과다.
21일 소비자상담센터 빅데이터분석팀에 따르면 인터넷과 TV 약정·재약정 해지 시 발생하는 위약금과 관련해 접수되는 민원은 작년 한 해 동안에만 3084건이 발생했다. 관련 민원은 과기정통부 민원실로 접수돼 1차 조정을 거친 뒤, 그래도 해결 안 되면 방송통신위원회의 통신분쟁조정위원회로 넘어가 2차 조정이 이뤄진다. 소비자단체 및 지방자치단체, 한국소비자원의 피해구제 등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이씨 사례는 고령의 아버지가 전화로 재약정 가입을 하게 된 과정에 대한 정부 기관의 중재가 이뤄진 경우다.
이씨가 KT스카이라이프 측과 통화한 녹음파일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이씨의 아버지는 8개월 전 재약정 계약 전화 당시 “나는 내용을 잘 몰라서 뭐가 뭔지도 잘 모르겠다”는 말을 비롯해 중간마다 “나는 잘 모르겠다”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당시 직원은 “요금 내려 드릴게요” “3년 재약정이 들어가요” 등의 말로 확인했고, A씨는 그럴 때마다 “네네”라고 대답하면서 계약은 성사됐다. 총 통화시간은 3~4분 남짓. 중도 해지 시 약관에 대한 내용은 너무 빨라 녹음파일을 듣는 기자도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KT스카이라이프 고객센터는 이씨 아버지가 재약정 가입에 응했다는 구두 계약 통화녹음 내용을 들려주며, 이로인해 할인반환금 40만 원이 발생했음을 재차 확인해줄 뿐이었다. 단순 변심에 의한 해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어려우니 위약금 면제는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이씨가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에 해당 내용으로 민원을 넣은 지 하루 만에 직원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직원 A씨는 “과기부에 고객님 접수 건으로 불편사항을 전달받아서 확인하고 연락드렸다”면서 “위약금을 청구하지 않고 해지를 진행해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스카이라이프 측은 “해당 사안에 대한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약관상 해결 안 되는 문제, 정부가 중재 역할”
정부기관에 민원을 넣은 뒤에야 재약정 해지 위약금 40만원이 사라진 까닭은 무엇일까.
장미영 과기정통부 민원실장은 “민원인과 사업자 간에 자율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사안에 대해서 여러 통로를 통해 정부기관에 민원을 넣어주고 계시지만, 사업자의 처리 내용이 약관 및 절차상 문제가 없는 경우 민원실에서 관여할 근거가 없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 실장에 따르면 이씨 사례와 같은 민원은 통상 ‘해당 사업자에게 이첩→사업자가 민원에 대해 해명(사실 확인 및 사전 조치)→민원실이 사업자의 해명·조치에 대해 사실 및 적법여부를 확인 후 민원에 답변’ 순을 거친다.
그는 “이번 사업자의 조치는 82세 노령의 어르신임을 감안해 요금조정의 사전조치를 결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부연했다.
이소라 방통위 이용자보호과장은 “분쟁조정위원회에서 민원인과 사업자 양측의 사실관계를 입증하는 과정을 고루 확인하고, 사업자에 추가 검토를 요청한다. 자율적으로 정리가 안 될 때 저희에게 도움을 청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