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요 매각 강수둔 공정위 왜? “쿠팡·네이버, 유력 경쟁자 아냐”

"약물치료보다는 환부 수술 필요"
쿠팡이츠 경쟁압력 명확한 판단은 내리지 않아
요기요 매각 등 강한 조치는 무리라는 지적도
  • 등록 2020-12-28 오후 6:40:00

    수정 2020-12-28 오후 9:42:45

배민·요기요·이미지투데이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한광범 기자] 기업결합(M&A) 심사는 경쟁당국의 ‘진짜 실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쟁사들이 치열하게 다툴 시장 범위를 명확하게 획정하고, 미래에 결합사의 경쟁제한 행위가 일어날지 여부를 정확하게 예측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행위인 만큼 자칫 잘못된 처방을 할 경우 오히려 시장이 왜곡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독과점이라는 환부를 칼로 도려 내야할 정도로 수술을 해야할지(구조적 조치), 적절한 약물 치료(행태적 조치)만으로도 시장 경쟁 회복이 가능할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딜리버리히어로(요기요)와 우아한형제(배달의 민족)간 M&A에 대한 공정위의 결론은 ‘일부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합사의 점유율이 99%에 달하는 상황에서 쿠팡이츠 등 후발주자들이 독과점 폐해를 차단할 정도로 유력한 경쟁자가 아닌 만큼 요기요를 매각해야 시장 경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동태적 시장이지만, 쿠팡이츠 경쟁압력 약해”


공정위는 이번 M&A의 독과점 문제를 판단할 시장을 ‘배달앱’으로 한정했다. 전화주문은 같은 시장으로 볼 수 없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두 회사의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99%(2019년 거래금액·매출액 기준)이다. 합병시 명백한 독과점 사업자가 탄생한다.

다만 쿠팡이츠라는 신규 경쟁자의 출현이 ‘돌발변수’였다. 수도권 중심으로 빠르게 점유율을 키우고 있는 쿠팡이츠가 합병을 통해 탄생할 독과점 사업자를 견제할 수 있다면 굳이 결합사를 수술대에 올릴 필요가 없다.

실제 쿠팡이츠는 쿠팡모델과 마찬가지로 사업초기부터 출혈을 감수하면서 빠르게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서울 전 지역 배달이 가능해졌고, 최근에는 경기도 성남과 용인, 세종, 부산까지 영역을 넓혔다. 쿠팡이츠의 경우 지난해 9월 이용자가 34만1618명에서 올해 9월에는 150만722명으로 1년새 339.3%나 증가했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쿠팡이츠가 단기적으로는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합병으로 탄생할 독점적 배달앱을 견제할 정도로 잠재력을 갖춘 경쟁자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배달앱 시장의 법적·제도적 진입장벽은 없어 신규진입이 이뤄질 가능성은 있을지 모르나 신규진입자가 가까운 시일(2년)내에 충분한 경쟁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는 명확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했다.

공정위는 배달앱 시장이 격변하는 동태적 시장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쿠팡이츠의 경쟁압력은 사실상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쿠팡이츠가 현재는 적자를 감수하면서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고 서울 강남을 제외한 전국시장에서는 아직 점유율이 미미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같은 공정위 판단은 논리적 모순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공정위는 “쿠팡이츠가 경쟁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다”는 모호한 해석을 내렸다. 쿠팡이츠의 경쟁압력이 없다면 당연히 합병 불허 또는 매각 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경쟁압력 크기를 제대로 측정하지도 못한 채 상당한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 요기요 매각 조치까지 내린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비슷한 이유로 네이버의 간편주문 역시 시장 경쟁을 유도할 정도로 유의미한 경쟁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네이버는 포털이나 지도앱을 통해 음식점을 검색한 후 주문버튼을 통해 주문하는 간편주문 서비스를 시작했고, 시장에서는 언제든 네이버가 배달앱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미 네이버지도에는 음식점 메뉴부터 전화번호가 모두 입력돼 있고, 배달기사만 연결하면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네이버 간편주문은 2019년 기준 거래실적이 배민의 1%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충분한 경쟁압력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쟁법 교수는 “공정위가 미래 상황을 예측하지 않은 채 요기요 매각 조건을 부과한 것은 지나친 시장 개입이 될 수 있다”면서 “쿠팡이츠나 네이버의 경쟁압력을 명확히 판단하지 못했다면 일단 수수료인상 금지 등 행태적 조치를 내린 이후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게 일반적이다”고 말했다.

◇플랫폼 독과점 적극 개입나서는 공정위


공정위가 플랫폼 사업자의 M&A에 대해 기존 사업체 매각과 같은 구조적 조치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08년 공정위가 이베이의 G마켓 인수를 수수료 인상 금지 등을 전제로 기업결합을 승인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강력한 제약요건을 부여한 것이다. 최근 들어 플랫폼 사업자의 독과점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번 요기요 매각 조건부 기업결합 승인은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해당 서비스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결국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는 다른 서비스 이용자를 흡수하는 플랫폼의 ‘승자독식’ 현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짧은 시간에 쿠폰이 바뀌는 등 배달앱처럼 (플랫폼 업체의 특성상) 공정위가 행태적인 조치를 했을 경우 여기에 대한 감시나 이행점검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타트업계에서는 과거 제조업과 달리 시장의 경계가 흐려지고 융합되는 플랫폼 시장에 공정위의 강한 개입은 자칫 혁신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이번 결정은 플랫폼 사업자가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하는 디지털 경제의 역동성을 외면한 시대를 역행하는 판단”이라며 공정위 판단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DH측은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을 수용하면서도 요기요 매각 조건에 대해선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니클라스 외스트버그 DH CEO는 “한국에서 자회사인 DH코리아를 매각해야 하는 조건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라며 “놀라운 고객 경험을 창출하기 위해 수년 간 협업과 탐구를 한 DH코리아에 개인적으로 감사를 표하고 싶다”라고 했다.

▶용어설명

구조적 조치란 경쟁당국이 주식이나 자산 매각과 같이 M&A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시정조치이고, 행태적 조치는 가격 인상 금지와 같이 기업의 행동에 대한 제약을 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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