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국민께 죄송"…'소녀상 철거요구' 日지자체장의 황당 기자회견

日나고야 시장, 獨에 '소녀상 철거' 요구할듯
지난해 나고야 예술전서 소녀상 전시 논란 의식
외무성도 독일어로 "성노예는 없었다" 게재
  • 등록 2020-11-03 오후 4:07:19

    수정 2020-11-03 오후 9:52:00

지난달 10월 23일(현지시간)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시민들이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철거 명령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국민 여러분께 폐를 끼쳐서 정말 죄송합니다.”

지난 2일 가와무라 다카시 일본 나고야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말했다.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된 독일 베를린 미테구의 슈테판 폰 다셀 구청장에게 소녀상을 철거해 달라는 문서를 보내겠다는 의향을 밝히면서다. 일본 외무성이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내용의 글을 독일어로 번역해 홈페이지에 올린 데 이어 일본 정부가 외교전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가와무라 시장은 “베를린에 세워진 소녀상은 지난해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전시된 소녀상과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며 “트리엔날레가 (독일의 소녀상) 설치로 이어졌다”며 일본 국민을 향해 사과했다. 앞서 지난해 8월 일본 나고야시에서 열린 일본 최대 규모의 국제 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전시된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 정부와 극우 세력의 압박으로 전시가 중단됐다.

하지만 일본 예술계와 헌법학계 등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한다”며 이를 비판하는가 하면 작가들이 잇따라 자신들의 작품도 전시에서 빼 달라며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두 달 만에 전시가 재개됐다. 가와무라 시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국민을 향해 사과한 것은 지난해 소녀상 전시를 막지 못한 탓에 올해 한국 시민단체가 독일에 소녀상을 세울 수 있었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지난달 21일 일본 외무성도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해 “성노예는 없었다”는 입장을 독일어로 추가 번역해 홈페이지에 게재하면서 외교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일본어와 영어로 작성된 문서만 게재된 상태였다. 해당 문서에는 일본군이 피해 여성을 강제 연행했다는 지적에 대해 “일본 정부가 발견한 자료 중 군이나 관에 의한 강제연행을 직접 나타내는 기술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성노예라는 표현은 사실과 어긋나기 때문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한국 측도 확인했다”는 일방적 주장도 포함됐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2017년 발표한 한일 위안부 합의 검증을 위한 태스크포스(TF) 보고서에 따르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일본 측은 2015년 합의 당시 ‘성노예’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했지만 한국 측은 정부 공식 명칭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고 설명했을 뿐, ‘성노예’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 정부의 압박에도 독일 소녀상 철거가 보류되자, 일본 측 입장과 다른 역사 인식이 확산하는 데 대한 위기의식에서 여론몰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교도통신은 외무성의 조치와 관련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을 독일 여론에 직접 전달해 침투를 꾀하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향후 필요에 따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입장을 다른 언어로도 번역해 발신할 방침이다.

지난해 8월 일본 나고야시에서 열린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된 모습(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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