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시 ‘핵 카드’를 꺼내들면서 정부의 대북사업이 딜레마에 빠졌다. 자칫 북한의 핵 문제가 정치적으로 쟁점화할 경우, 그동안 공을 들여왔던 정부의 남북협력 사업이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확대해석을 경계하며 논란 차단에 나선 모습이다.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 매체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7기 4차 확대회의를 열고 핵전쟁 억제력 강화 및 무력기구 편제를 개편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지난 24일 보도했다. 그러면서 “나라의 핵전쟁 억제력을 한층 강화하고 전략무력을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들이 제시됐다”며 “포병의 화력타격능력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중대한 조치들이 취해졌다”고 전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 북한산 그림 앞에서 대화하고 있는 모습(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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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해 12월 북한 국방과학원 대변인 명의 성명 이후 5개월여 만에 ‘핵전쟁 억제력’을 재언급한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북한의 무력 도발이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곧바로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이날 노동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 결과를 “관련 부서에서 분석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통일부는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핵전쟁 억제력이라는 표현 관련해서는 작년 당중앙위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언급한 바 있다”며 “중앙군사위원회에서 이를 재확인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언급이 신형 무기 개발이나 군사적 위협을 의미한다기보다 대미 압박용 메시지이자 기존 전략무기 강화 취지라는 분석이다.
결국 북한을 남북 협력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단계적 전술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초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 남북 간 독자적 협력사업 의지를 거듭 밝히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북측은 호응 없이 여전히 침묵한 상태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대학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남북경협을 절실히 바라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우리 정부가 국제제재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낮기 때문”이라면서 “일부 제재를 돌파한다고 해도 북측이 원하는 목표달성까지 어려울 것으로 보고 북미 비핵화 협상 등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지속·연속성을 보장하면서 남북경협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 교수는 “코로나19에 대응해 보건·의료 협력 등 국제제재 완화의 공감대를 얻은 분야부터 출발점을 만들어 단계적으로 경협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