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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경기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 의지는 여전하다.’
12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언급은 결국 이 한 줄로 요약된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3.0%→2.9%)를 하향 조정할 정도로 대내외 리스크는 산적해 있지만, 올해 안에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이 또 있을 것이라는 의중이다. 최근 경제계 전반의 ‘인상 신중론’ 주문에 선을 그으며 연내 인상의 불씨를 살린 것으로 보인다.
한은과 금융시장 안팎에서는 오는 10월 혹은 11월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조금씩 나온다.
‘인상 소수의견’에 반응한 시장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였다. △성장률 전망치의 하향 여부 △인상 소수의견의 등장 여부 등이다.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그 시각 서울채권시장에서 3년 국채선물(KTBF)은 전거래일 대비 4틱 하락한 108.27에 거래됐다. 성장 전망이 약해지자 인상 기대감도 작아졌고, 덩달아 채권 약세(채권금리 상승) 폭이 줄어든 것이다. 틱은 선물계약의 매입과 매도 주문시 내는 호가단위다. 틱이 하락하는 건 선물가격이 약세라는 의미다.
오전 11시20분께. 이주열 총재가 기자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그의 언급은 예상보다 덜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분위기가 흘렀다. 그는 “경기 경로상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대표적인 게 무역분쟁”이라면서도 “4월에 본 경로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인 자금 유출에 대해서도 “대규모로 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기자간담회의 방점은 소수의견에 찍혔다. 이 총재는 오전 11시26분께 “이일형 금통위원이 인상 소수의견을 냈다”고 했고, 그 시각 3년 국채선물은 20틱까지 하락했다. 채권 약세 폭이 확 커진 것이다.
“10월 or 11월 금리인상 가능성”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금통위의 포인트는 성장률 하향보다 인상 소수의견에 있는 것 같다”며 “이 총재 발언은 중립적으로 들렸다”고 했다. 이 총재가 소수의견의 등장과 함께 당장 인상 기대감이 커질 정도의 ‘센’ 발언은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 기대감을 꺼뜨린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채권부문 파트장은 연내 인상 가능성을 두고 “당위론”이라고 했을 정도다.
일각에서는 이 총재가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을 중심으로 나온 인상 신중론에 확실하게 제동을 걸었다는 해석도 나왔다.
상황이 이렇자 8월보다 10월 혹은 11월 인상이 유력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총재는 신중한 스탠스를 통해 8월은 이르다는 신호를 넌지시 줬다. 그는 소수의견을 두고 “인상 신호로 해석하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역분쟁 이슈는 8월 금통위 전까지 해소가 쉽지 않다”며 “8월 인상을 확신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다른 금융시장 인사는 “4분기로 넘어가면 미국 중간선거 이슈가 부상할 것”이라며 “그 이후인 11월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