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유커 관광버스는 다 어디로 갔나

중국인 전체 관광객 늘었음에도 면세·유통가 '타격'
통근 유커(단체 관광객) 줄며 매출에도 영향
합리적 소비하는 싼커(개별 관광객) 늘어 전략 수정 필요
  • 등록 2017-02-15 오후 3:52:45

    수정 2017-02-15 오후 5:26:39

[사진=노진환 기자]14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경복궁의 관광객 버스 주차장의 한가한 모습.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가 줄며 주요 면세점과 관광지를 찾는 대형버스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절 기간(1월27일~2월2일) 중국인 관광객이 전년대비 4.5% 증가했음에도 시내 주요 면세점과 명동 등 핵심 상권에서는 ‘썰렁함’이 감돌고 있다. 관광버스로 넘쳐났던 면세점의 주차장이 한가한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명동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깃발’을 든 관광객들의 무리도 크게 줄어들었다.

중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 보복 관련 유커 제한, ‘한한령(한류 금지령)’ 여파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는 실제로 면세점과 화장품 업계 매출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명품을 유치하지 못한 신규면세점의 경우 최대 성수기로 손꼽히는 춘절 기간 오히려 매출이 30% 이상 줄어든 곳도 있다. 춘절 특수를 누린 면세점은 롯데면세점 등 기존 면세점 몇 곳에 불과했다.

국내 화장품 업계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유커의 수가 줄며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국내 주요 화장품 업체들의 면세점 매출 고성장세가 꺾였다.

이는 면세점 대부분의 매출이 유커로부터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면세점 전체 매출에서 적게는 70%부터 많게는 80% 이상까지 유커가 차지하고 있다.

중국인 전체 관광객은 늘었지만 면세점 최대 고객인 유커는 줄고 대신 개별 관광객인 ‘싼커’가 늘어난 점이 면세점이나 화장품 업계로서는 뼈 아픈 상황이다. 사드 관련 중국 정부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춘절 기간 중국인 관광객이 4.5% 늘어난 14만명을 기록한 것은 순전히 싼커의 증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1월 중국인 관광객 중 65%가 싼커인 것으로 조사됐다.

싼커는 중국인 관광객이면서도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유커와 차별화되고 있다. 유커가 중장년 층으로 소비에 관대한 것과 달리 싼커는 20~30대 젊은 층으로 차별화된 여행을 선호하고 있다. 면세점에서 인기 있는 제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유커와는 다르게 자신 만의 쇼핑 리스트를 만들어 필요한 것만 구매한다. 유커가 명동에서 단체로 쇼핑과 관광을 즐겼다면 싼커는 강남이나 이태원 등의 맛집을 찾는다.

특히 이들은 숙박 업소를 직접 구하고 평범한 관광지 대신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명하고 트렌드한 제품을 선호한다. 소비 역시 개성을 중시하는 것. 이 때문에 기존 유커에 초점을 맞춘 면세점과 화장품 업계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신규 면세점 중 처음으로 손익분기점(BEP)을 돌파한 HDC신라면세점의 경우 유커 대신 싼커를 집중 공략하며 성과를 냈다. 싼커가 좋아할만한 마케팅과 제품을 준비한 것이 통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면세점, 유통가, 화장품 업계 등 유커 의존도가 높았던 업체들의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싼커의 특징을 분석해 마케팅, 고객 유치에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싼커는 통큰 소비를 하던 유커와 다르게 브랜드보다는 가격을 더 중시한다”며 “면세점을 찾을 때도 원하는 브랜드가 있는지, 마케팅은 어떤지 등을 따지고 선택하기 때문에 싼커의 특수를 입는 면세점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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