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우리 육군의 주력 전차인 K2전차 파워팩이 국산으로 대체된다. 파워팩 개발을 시작한 지 20년 만이다. 파워팩은 엔진과 변속기를 결합한 핵심 장비로 ‘전차의 심장’으로 불린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위원장인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이하 방추위)는 28일 제164회 회의를 열고 K2전차 4차 양산 1500마력 변속기 적용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4차 양산분에 대한 국산 파워팩 탑재 결정으로 우리 군 K2전차 뿐만 아니라 폴란드 수출(K2PL) 버전에도 국산 파워팩 탑재가 기대된다.
당초 군 당국은 K2전차 개발 초기 외산 엔진과 변속기로 파워팩을 구성하는 것으로 2003년 전차 개발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파워팩까지 국산화해 완전한 국산 전차를 만들자는 계획에 따라 2005년 964억 원(엔진 488억 원+변속기 476억 원)을 들여 국산 파워팩을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오판’이었다. 핵심 부품인 엔진과 변속기 개발에 성공한 이후 이를 탑재할 차체를 개발하는 게 정상적이지만, 거꾸로 차체 먼저 개발하다 보니 파워팩 개발 지연으로 K2 전차 사업 자체가 정체되는 꼴이 됐다.
특히 1500마력 파워팩 개발이 처음이다 보니 해외 전차 파워팩 수명 보장 기준인 9600㎞를 그대로 가져왔다. 9600㎞는 교체 수명을 의미하는 것인데, 무고장 연속 주행 거리로 규격을 만들었다. 무고장 7000㎞ 수준에서 중단된 변속기 내구도 평가는 이후 국방규격의 모호성과 외산과의 형평성 문제 등의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에 K2전차 1차 양산 사업은 독일제 파워팩을, 2·3차 양산 사업에서도 국산 엔진과 독일제 변속기로 파워팩을 구성해 장착했다.
| 지난 9월 3~6일(현지시각) 폴란드 키엘체에서 열린 폴란드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에서 폴란드 육군이 실제 사용하고 있는 K2전차를 가져와 전시하고 있다. (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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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화 중단 이후 7년여 동안 변속기 제작사인 SNT다이내믹스는 성능 개량을 지속했다. 자동변속기 핵심 부품인 변속제어장치(TCU), 정유압조향장치(HSU), 변속장치, 유체감속기, 브레이크 등의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특히 자체 활로 모색으로 튀르키예 수출 성과도 냈다. HD현대인프라코어 엔진과 SNT다이내믹스 변속기 조합이 K2전차의 튀르키예 버전인 ‘알타이’ 전차에 먼저 탑재된 것이다.
K2전차 4차 양산분 적용을 위한 변속기 내구도 검사가 지난 4~7월 진행됐지만, 국방규격의 내구도 검사 기준 320시간 중 306시간 완료 후 결함이 발생해 검사를 종료했다. 이에 업체 측은 미충족분을 보충할 품질보증 대책을 내놨다. 파워팩이 고장이 나면 바로 교체할 수 있도록 정비대충장비(M/F)용 변속기 5대 무상제공, 전문인력이 상주하는 정비지원센터 운용, 품질보증기간 1~2년 연장, 결함 부품 전 기간 무상보증 등이다.
이에 방추위는 이번 내구도 검사 결과와 업체가 제안한 추가 품질보증 대책, 관련기관 의견 등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4차 양산에 국산변속기를 적용키로 결정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국산변속기 적용으로 K2전차의 파워팩은 완전 국산화된다”며 “향후 우리 군 운용 시 원활한 후속군수지원과 수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