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넥스 사태 일파만파…업계 신뢰도 하락 우려

의약품 품질 제고, 경쟁력 강화 노력 무산 위기
백신·치료제 생산하는 국내 업체들 타격 가능성도
‘쌍둥이 약’ 구조 개선, 식약처 GMP 운용 책임 목소리
  • 등록 2021-03-10 오후 4:18:47

    수정 2021-03-10 오후 4:18:47

[이데일리 왕해나 기자] 바이넥스(053030)가 허가·신고된 내용과 달리 의약품을 불법, 제조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내 제약업계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 당장 품목 제조·판매 중지 회수조치로 인한 업체들의 매출 타격을 뛰어넘는 파장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 제조 관리 실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지난 8일 의약품 제조업체 바이넥스의 6개 의약품에 대해 잠정 제조·판매중지 및 회수조치를 결정하고 부산광역시에 있는 해당 제조소 조사에 착수했다. 6개 품목은 △아모린정 △셀렉틴캡슐 △셀렉틴캡슐 △닥스펜정 △로프신정250㎎ △카딜정1㎎ 등이다. 전날에는 해당 제품들과 동일한 방식으로 제조되는 위탁제네릭 32개 품목 역시 제조·판매중지 및 회수 조치가 내려졌다. 이번 사태로 제조·판매중지 처분을 받은 곳은 바이넥스를 포함해 총 25개사 38개 품목으로 확대됐다.

바이넥스 사옥 전경.(사진=바이넥스 홈페이지)


식약처의 제조·판매중지 및 회수 조치로 인해 바이넥스와 위탁업체의 매출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바이넥스에 따르면 이번 사태와 관련된 6개 품목의 총 매출액은 약 25억원으로, 2020년 매출액 약 1329억원의 1.8% 수준이다. 동국제약, 경보제약, 일동제약, 한올바이오파마, 유니메드, 우리들제약, 하나제약 등 바이넥스에 생산을 위탁했던 업체들도 당분간 제품 판매를 할 수 없게 됐다.

의약품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유니메드 제약의 유니작이 9억원, 우리들 제약의 웰피트가 7억원, 하나제약 씨프론이 6억원, 일동제약의 디캐롤이 4억원, 알보젠의 글루비가 1억원, JW신약의 소니펜이 1억원, 한올바이오파마의 엑시펨이 1억원, 구주제약 뉴록사신이 1억원 등 처방됐다. 나머지는 1억원을 넘지 않은 품목이 많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만한 처방 규모는 아니다. 한 위탁업계 관계자는 “타격이 있기는 하지만 매출의 많은 부분은 차지하는 품목은 아니다”라면서 “위탁생산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의 매뉴얼에 따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넥스는 식약처 조사결과에 따라 행정처분 등의 책임을 지게될 전망이다. 바이넥스에 의약품 제조를 맡겼던 업체들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공동으로 지게될 가능성도 있다. 의약품 등 안전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위반 행위의 원인이 수탁업체에 있더라도 행정처분이 위탁제조 판매업체에 함께 적용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바이넥스가 위탁생산 전문업체인만큼 이번 사태가 국내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해외 고객사들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들은 국내 업체들에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의 위탁생산을 맡기고 있는 상황이다. 바이넥스는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의 위탁생산을 위한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도 했다. 바이넥스 측은 제조공정에서의 오류였으며 러시아 백신 위탁생산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위탁생산 사업인만큼 불법제조의 범위가 성분과 원료까지 포함된다면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제약업계는 국산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품질 제고, 경쟁력 강화 등의 노력이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한 곳에서 제조된 ‘쌍둥이 약’과 다름없는 의약품이 여러 제약사의 제품으로 출시될 수 있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는 복제약을 개발할 때 여러 제약사가 공동으로 비용을 지불해 위탁 실시하는 공동·위탁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생동성 시험)을 허용하고 있다. 이미 생동성 시험을 거친 복제약을 만든 곳에 해당 의약품 제조를 위탁하면 별도 자료 제출 없이도 복제약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번 사태는 무엇보다 의약품 제조관리와 제도 개선에 주의를 기울였어야 할 식약처와 보건복지부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대한약사회는 “이번 사건은 페이퍼 품목 허가로 돈만 좇느라 여념이 없는 대한민국 제약산업의 단면을 보여준다”면서 “식약처는 국내 제조소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을 전면 재검토하고 품목 허가권자의 의무를 강화하는 등 위탁 생동·공동개발 품목 허가제도를 재설계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천하는약사회 역시 “허술한 GMP 규정 운용의 책임은 전적으로 식약처에 있고 위탁생동을 허용하고 위탁생산을 가능하게 해 사태의 피해를 부풀린 것은 복지부에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식약처는 임무에 충실했는지 처절하게 반성하고 재탄생 수준의 개혁을 요구한다”며 “지부는 생산을 하지 않는 제약사, 창고가 없어 의약품을 보관하지 못하는 도매상, 상품명 처방제도가 국민들에 어떠한 기여와 피해를 주고 있는지 잘 따져보고 반성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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