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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새벽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그는 “러시아가 어떤 미사일이든 모두 격추시키겠다고 장담했다”면서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의 다소 조롱섞인 듯한 뉘앙스가 묻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쏘아올릴 미사일에 대해 “멋지고 새로운, 그리고 똑똑하다(smart)”며 1년 전보다 더욱 강력하다는 자신감까지 드러냈다. 그러면서 러시아를 향해 “자국민을 죽이고 즐기는 독가스 살인 짐승의 조력자가 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비록 다른 나라인 시리아에서지만 대리전 양상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는 두 국가다. 그런데 한 나라의 수장이 자국의 군사·안보 전략을 상대에게 공개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공개적으로 적에게 군사 안보전략을 공유하고 정보를 제공했다”면서 “매우 이례적이고 놀라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이유로 전 세계도 경악했다. 사실상 선전포고나 다름 없어서다.
미국과 러시아는 2011년 발발한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이래 각각 반대 진영에서 싸우고 있다. 러시아는 이란 등과 함께 시리아 정부군을, 미국은 영국, 프랑스 등 서방국가들과 함께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 시리아 정부군이 지난 7일 반군 지역에 사린가스로 추정되는 화학무기 공격을 단행하자, 미국과 프랑스, 영국 등은 군사대응을 예고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이란, 시리아 중 누구 소행인지 밝혀낼 것이며 모두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 군사 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로 미국은 9일 핵 항공모함 전단과 토마호크 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해군 구축함 등을 시리아 인근 해상으로 집결시켜 역내 긴장감을 높였다. 1년 전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을 때와 꼭 같은 양상이다. 당시 미군은 토마호크 미사일 59발을 발사, 화학무기가 저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시리아 정부군의 공군비행장을 타격했다.
문제는 백악관 참모나 동맹국들과의 논의 없이 공개된 발언이라는 점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 “군사 대응이 명시된 최초의 미국 성명”이라고 꼬집었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본 레바논 주재 러시아 대사의 발언이 편집됐거나 잘못 번역됐을 수 있다”면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세계전쟁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러시아의 반응에서 확인된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똑똑한(스마트한) 미사일은 합법적인 정부가 아닌, 테러리스트를 향해 날아가야 한다”며 미국이 러시아를 타격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우리는 트위터 외교의 참여자가 아니다. 신중한 접근법을 옹호한다”면서 “불안한 시리아 정세에 해를 끼칠 수 있는 행보를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에서 러시아 주재 신임 대사들과 만나 “지금 세계 상황이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상식이 결국 이길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게재된 지 몇 시간 만에 나온 것이어서 사실상 대응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4선을 축하하고 백악관에서의 정상회담을 제안했던 모습과는 대비된다고 뉴욕타임스는 설명했다. 중간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러시아 스캔들, 총기규제 강화 목소리 외면, 포르노 배우와의 스캔들 등으로 국내에서 코너에 몰렸던 트럼프 대통령은 대외 현안에서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이며 국면을 전환시키고 있다. 지난 달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이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 해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공격에 맞대응해 토마호크 미사일 공격을 한 이후에도 지지율이 급반등한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