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글쎄요, 좀 모호하네요.”
지난 2일(현지시간) 그토록 고대하던 미국의 고용지표가 나왔지만 시장은 시큰둥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확신이 없는 모습이었다. 미국의 8월 비농업부문 신규 취업자수는 9월 기준금리 인상을 가늠할 잣대로 꼽혀왔다.
외환시장 상황을 지켜보던 한 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아직까지 적극적으로 외환 포지션(금융거래에서 각 투자자 자산의 현재 형태)을 잡고 있지 않다”고 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8월 신규 고용자 증가 수는 15만1000명. 시장 예상치 18만명에는 못 미쳤지만, 스탠리 피셔 연방준비제도(Fed) 부의장이 안정적 실업률을 유지하기 위한 고용 증가 수로 제시했던 7만5000~15만명은 넘겼다. 이 ‘애매한’ 수치가 해석의 여지를 낳았다.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나쁘면 동결에, 좋으면 인상에 각각 무게가 쏠릴 만도 했지만 베팅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 딜러는 “미국이 9월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기대가 위축되긴 했지만 아직 가능성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오는 20~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불확실성이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시 ‘안갯속’…8월 고용지표도 못 풀었다
이는 지난 6월과 비교하면 명확하다. 당시 6월 FOMC 회의를 앞두고 3만8000명의 5월 신규 고용자 수가 발표됐고, 이는 곧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0%에 가깝게 만들었다.
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10원(1.08%) 하락한 1105.1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만큼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높아지긴 했지만 지난 6월7일 절상률 1.77%에는 모자라는 수준이다.
다만 다른 아시아 통화보다 원화 강세 폭은 조금 더 두드러졌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사자’를 보인 덕분이었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2700억원가량 순매수하며 코스피도 1.07% 끌어올렸다. 코스피는 미국 금리에 대한 우려를 덜고 1년1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 거래일 대비 21.77포인트(1.07%) 오른 2060.08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해 7월23일(2065.07)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채권시장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307%로 전 거래일 대비 0.019%포인트 하락했다(채권값 상승).
|
美 고용지표로는 몰라…“9월 FOMC 가봐야”
시장은 방향성을 잃고 있다. 기다렸던 고용지표 뚜껑이 열렸음에도 미국의 금리 향방을 점치기 어려워서다. 시장은 추후 나올 경제 지표들을 또 확인하려 할 것이 유력하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다음주 미국에서 소매판매 결과가 나오는 데다 이번주에도 각 지역의 경기 동향을 파악하는 베이지북과 함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발언을 내놨던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미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의 연설이 있어 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결국 9월 FOMC 회의장까지 가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채권전략팀장은 “연내 금리 2번 인상에 대한 확신은 부족하지만 채권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더라도 9월 인상을 확인하기 전까진 강보합에 그칠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