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고용지표에 美 금리인상 '오리무중'…시장 반응도 엇갈려

다시 ‘안갯속’…8월 고용지표도 못 풀었다
美 고용지표로는 몰라…“9월 FOMC 가봐야”
  • 등록 2016-09-05 오후 4:39:41

    수정 2016-09-05 오후 4:42:49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 거리의 모습. 사진=AFP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글쎄요, 좀 모호하네요.”

지난 2일(현지시간) 그토록 고대하던 미국의 고용지표가 나왔지만 시장은 시큰둥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확신이 없는 모습이었다. 미국의 8월 비농업부문 신규 취업자수는 9월 기준금리 인상을 가늠할 잣대로 꼽혀왔다.

외환시장 상황을 지켜보던 한 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아직까지 적극적으로 외환 포지션(금융거래에서 각 투자자 자산의 현재 형태)을 잡고 있지 않다”고 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8월 신규 고용자 증가 수는 15만1000명. 시장 예상치 18만명에는 못 미쳤지만, 스탠리 피셔 연방준비제도(Fed) 부의장이 안정적 실업률을 유지하기 위한 고용 증가 수로 제시했던 7만5000~15만명은 넘겼다. 이 ‘애매한’ 수치가 해석의 여지를 낳았다.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나쁘면 동결에, 좋으면 인상에 각각 무게가 쏠릴 만도 했지만 베팅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 딜러는 “미국이 9월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기대가 위축되긴 했지만 아직 가능성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오는 20~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불확실성이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시 ‘안갯속’…8월 고용지표도 못 풀었다

시장이 다시 오리무중의 늪에 갇히고 있다. 해석의 여지를 남긴 미국의 고용지표에 시장이 마음을 놓지 못한 것이다. 5일 국내 주식·채권·원화는 ‘트리플 강세’를 나타냈지만 그 오름 폭은 예상보다 낮았다.

이는 지난 6월과 비교하면 명확하다. 당시 6월 FOMC 회의를 앞두고 3만8000명의 5월 신규 고용자 수가 발표됐고, 이는 곧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0%에 가깝게 만들었다.

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10원(1.08%) 하락한 1105.1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만큼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높아지긴 했지만 지난 6월7일 절상률 1.77%에는 모자라는 수준이다.

다만 다른 아시아 통화보다 원화 강세 폭은 조금 더 두드러졌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사자’를 보인 덕분이었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2700억원가량 순매수하며 코스피도 1.07% 끌어올렸다. 코스피는 미국 금리에 대한 우려를 덜고 1년1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 거래일 대비 21.77포인트(1.07%) 오른 2060.08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해 7월23일(2065.07)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채권시장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307%로 전 거래일 대비 0.019%포인트 하락했다(채권값 상승).

박성우 NH선물 연구원은 “미국 채권시장은 아직 금리 인상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았고 외국인도 포지션 조정 차원에서 3년 국채선물을 팔고 있다”고 했다. 이날의 시장 반응이 ‘반짝효과’에 그치고 금리가 완만하게 상승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자료=마켓포인트·금융투자협회


美 고용지표로는 몰라…“9월 FOMC 가봐야”

시장은 방향성을 잃고 있다. 기다렸던 고용지표 뚜껑이 열렸음에도 미국의 금리 향방을 점치기 어려워서다. 시장은 추후 나올 경제 지표들을 또 확인하려 할 것이 유력하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다음주 미국에서 소매판매 결과가 나오는 데다 이번주에도 각 지역의 경기 동향을 파악하는 베이지북과 함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발언을 내놨던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미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의 연설이 있어 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결국 9월 FOMC 회의장까지 가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채권전략팀장은 “연내 금리 2번 인상에 대한 확신은 부족하지만 채권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더라도 9월 인상을 확인하기 전까진 강보합에 그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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