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생(62·가명)씨도 4년 전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5층짜리 오피스 빌딩을 사서 리모델링한 뒤 되팔아 2년만에 19억원의 시세 차익을 남겼다. 이 건물은 리모델링 전 임대 수익이 거의 나오지 않았지만 현재는 임대수익률이 5.35%에 달한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자금 여유가 있는 개인 자산가들이 투자 규모가 비교적 큰 중소형 빌딩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3조원 가까운 투자 자금이 중소형 빌딩 거래시장을 노크했을 정도다. 특히 50억원 미만의 소형 건물인 ‘꼬마 빌딩’에 투자해 임대 수익이나 매각 차익을 노리는 개인 투자자가 급증하면서 시장에서는 매물 품귀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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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 빌딩 중개전문회사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500억원 이하의 중·소형 빌딩 거래량은 307건으로 전 분기(194건) 대비 58.25%(113건) 늘었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하면 88.34%(144건)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 몰린 자금만 1조 7200억원. 1분기까지 포함하면 올해 상반기에만 2조 7600억원의 시중 자금이 중소형 빌딩 매매시장으로 흘러든 것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 연말까지 빌딩 거래 투자 자금 규모가 4조원이 넘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센터장은 “예금금리가 낮아지고 마땅한 대체 투자처가 줄면서 은행에 자금을 묶어두던 자산가들이 요즘 들어 소형 빌딩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일부는 대출을 받고, 일부는 보유 중인 중대형 아파트나 땅을 팔아 투자 자금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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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매매 차익보다 임대 수익 목적으로 빌딩 투자를 고려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동현 센터장은 “4~5년 낡은 건물을 사들여 리모델링이나 신축한 경우는 이후 시세가 많이 올라 매매 차익을 올릴 수 있지만, 최근 매물로 나온 빌딩들은 낡았어도 가격이 많이 올라 시세 차익을 크게 기대하긴 힘들다”며 “투자를 고려한다면 임대용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빌딩 투자 땐 임대 수요나 이용 가능 인구, 교통 여건 등 입지 분석은 기본이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상가용 빌딩이라면 기본적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역세권을 골라야 하고, 상가와 주택이 결합된 빌딩이라면 상주 인구가 많은 주택가가 낫다”며 “어떤 용도의 빌딩이냐에 따라 지역 선택도 달라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초조사뿐 아니라 향후 발생 가능한 변수들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 PB센터 부동산팀장은 “중장기적으로 임대 수익이 일정 정도 보장될 수 있는 곳인지, 주변 상권이 축소될 소지는 없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며 “오는 9월 이후 금리 인상 및 가계부채 안정화 방안 시행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우려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