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예민한 건 환율…단기 유동성 부족 땐 디폴트 발생할 수도"

[돈맥경화 대진단]전문가 좌담회
금융당국 "부동산PF 모니터링 강화…사업성 좋으면 대출 재개 유도"
"펀드 유동성 부족 가장 우려…비은행권 유동성 문제 발생할 수 있어"
회사채 발행, 7조→1조대↓…부동산거래량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 감소
외환보유고 30% 회사채, 비상식적…시가...
  • 등록 2022-10-20 오후 8:01:19

    수정 2022-10-20 오후 9:36:37

[정리=이데일리 서대웅 박종화 김보겸 기자] “그냥 순수하게 무언가가 잘 넘어가겠다고 기대하기엔 환경이 너무 극단적이다.”

김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채권 시장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월 7조원대던 회사채 발행 규모는 이달 1조원대까지 쪼그라들었다. 위기 징후는 채권 시장에서만 감지되는 게 아니다. 주식 시장에서도 연일 연저점을 경신하고 있다.

기업의 회사채 발행 부진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등 전반적인 자금시장 신용경색 조짐이 두드러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돈맥경화’ 현상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부동산 거래량은 금융위기 수준으로 급감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연쇄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20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열린 ‘돈맥경화 대진단’ 전문가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이 통화긴축시대, 금융위기 진단과 대응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센터장,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좌장), 김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일각에서는 부동산 PF발 돈맥경화를 조기에 수습하지 않으면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금융기관의 유동성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업성이 좋다면 시장의 경착륙을 막기 위해서라도 부동산PF 대출을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실정이다. 이데일리는 전문가 좌담회를 통해 ‘돈맥경화 시대’ 상황을 짚어보고 해법을 모색했다.

“금리 급등, 채권 보유자에게 지옥 같은 나날”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신)=
실상을 정확히 얘기하고 위기를 막을 방법을 찾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분야별로 시장이 얼마나 많이 흔들리는가.

윤지호 이베스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윤)=시장에선 올해 금리가 이렇게 빨리 오를 줄 몰랐다. 급격한 인플레이션 진행으로 금리가 빨리 올라가고 PER(주가수익비율)이 내려왔다. 최근 들어선 EPS(주당순이익)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기업이익 급감과 경기침체, 두 가지 우려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주가 조정이 길어졌다. 그럼에도 주식시장을 보는 입장에선 딥밸류(초저평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주식은 매크로 환경에 따라 특히 진자운동이 심한 편이다. 급격하게 오른 원·달러 환율을 고려할 때 한국 증시 하락률이 주요국 중에서도 상위권이다. 달리 말하면 이는 1~2년, 혹은 3년 뒤 순환적 사고로 보면 좋은 기회가 오고 있다는 의미다. 밸류에이션은 의미 있는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고 보면 밸류에이션이 낮을 때 사 놓는 사람이 승자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세상이 망할 것 같고 아무도 주식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지 않을 때가 바닥권을 지날 때의 특징이다. 당장 한·두분기 정도는 경기가 나빠지고 금리가 더 올라갈 것 같지만 내년 하반기에는 달라질 것이다

신=채권 시장도 많이 흔들리고 있다.

김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김)=금융시장이 흔들리는 본질은 금리가 올라서다. 금리가 갑자기 올라가면 미래에 생길 이익 평가액이 계속 줄어든다. 더욱이 작년 말 3년물 금리 1.9%였는데 최근 4.3%까지 올랐다. 10개월도 안 되는 시간에 2.4%포인트가 올랐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 즉 자본이익이 떨어진다. 채권을 보유한 사람에겐 지옥 같은 나날이다.

신용 스프레드(회사채와 국고채 금리 차이)가 얼마나 벌어졌느냐에 따라 신용 환경이 좋은지 나쁜지를 평가하는데 지난 12일 기준으로 113bp(베이시스포인트)까지 벌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중이던) 2009년~2010년에 봤던 수치다. 신용은 신뢰에서 형성되고 성장한다. 대단히 큰 충격이 있어야 신뢰가 깨지는 게 아니다. 아주 작은 틈만 있어도 깨진다. CP(기업어음) 시장이 9월 말 이후부터 말라붙었다. 이유는 강원도 ABCP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다. 지자체는 최고의 신용등급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들이 보증하는 상품이 채무불이행 상태로 버려진다면 산하에 있는 법인의 신용을 믿을 수 있을지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신=중앙정부는 건전성이 양호하지만 지방정부는 서울·경기도를 제외하면 재정자립도 낮은 상황에서 지방채를 던지기 시작하면 국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잠재 위기 요인으로 발전할 수 있다. 돈을 많이 빌려서 부동산에 투자한 사람이 주택 가격 하락 시 채무불이행 상황이나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문제 등도 불거질 수 있다.

당국 “가장 예민한 건 환율…은행 옥석 가려 대출하도록 유도”

신=
당국에서 보는 금융시장 동향은 어떤가.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부원장)=감독 당국은 낙관적인 편이 아니어서 비관론자에 가깝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보니 조금은 보수적이다. 지금 상황이 매우 도전적인 상황인 점은 분명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간 갈등 문제 등 불확실한 글로벌 정세가 경제충격으로 온 것이다. 결국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플레이션 상황이 온 것이고 고금리·고환율의 급격한 시장 상황 속에서 주요 변수가 불확실하게 남아 있어 이것이 주는 충격이 생각보다 크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20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열린 ‘돈맥경화 대진단’ 전문가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이 통화긴축시대, 금융위기 진단과 대응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금융당국이나 정부로서는 제약 요인을 꼽자면 정책적인 딜레마 발생이다.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하는 통화정책과 성장을 관리해야 하는 재정 정책, 금융불안정성 관리해야 하는 요인들. 이 모든 게 어긋나고 충돌한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정책을 펼치면 금융불안정성이 확 커져 버린다. 대표적인 경우가 영국이다.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정책을 펼쳤는데 재정 정책에서 새어 버리니 시장에서 인플레 정책을 인정하지 못했고 결국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 당국으로서는 정책 딜레마가 있기 때문에 적절한 균형점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하고 싶다.

가장 예민하게 신경 쓰는 건 외환이다. 환율이 과도하게 오르지 않도록 관리하고 외환자금시장에서 조금이라도 문제 생기지 않는지 모니터링하고 있다. 그동안 외화 LCR(단기유동성비율), 외화 예대율을 엄격하게 관리해왔다. 두 번째는 자금 시장이다. 단기적으로 유동성 부족 사태로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다. CP시장이나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 안 되면 믿을 건 은행밖에 없다. 은행이 나름대로 옥석을 잘 가려서 일시적으로 유동성에 어려움이 있는 기업이라면 대출해줄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부동산 관련해 유심히 보는 건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다. 개발사업이 잘 안 되는 상황이고 기존에 진행했던 사업도 안 될 수 있다, 공포감으로 시장이 경착륙할 수 있다. 최근엔 사업성이 괜찮으면 대출을 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금융사와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다. 집값이 하락하면 가계부채가 금융회사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LTV가 40%밖에 안 된다. 대비는 해야 한다. 취약차주를 선별해서 지원해주고 관리하고 있다.

신=펀드 시장은 어떤가.

이 부원장=기초자산이 주식·채권이니까 당연히 안 좋다. 개방형 펀드는 펀드 유동성 부족 사태가 생기면 그게 가장 큰 위험이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일부 증권사가 어려움을 겪었던 것 중 하나가 이런 점과 연관돼 있다. 현재는 특별하게 대량 인출·환매 사태로 유동성 문제까지는 안 나타났다. 다만 펀드 유동성 부족 사태가 생기면 그게 가장 큰 위험이다.

신=금융기관 건전성엔 문제가 없나.

이 부원장=은행은 자본 규제, 가계부채 관리 등을 통해 체력이 있다. 염려하는 건 여신전문회사, 저축은행, 증권사 등이다. 덩치가 작고 부동산 시장에 문제가 생기면 유동성 문제 생길 수 있다. 요즘엔 비은행 기관 상황을 매일 점검한다. 지금까진 크게 문제가 나오진 않는다. 이 상황이 길어졌을 때 얼마나 더 안 좋아질까가 겁나는 부분이다.

신=외국인이 주식·채권시장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윤=무역수지 안 좋아지면 팔게 된다. 무역수지가 안 좋은 상황이다. 외국인이 바보가 아니다. 한국이 정책적으로 변화해야 들어올 것 같다. 외국인이 언제 살 것이냐고 물어보면 결국 원화가 안정돼야 한다고 답한다. 연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75bp 올리고 다음에 50bp만 올려도 인상 폭이 축소되는 것이니까 달러 강세 주춤해지고 외국인이 들어오지 않을까.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윤지호 이베스투자증권 센터장,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 신세돈 숙명여대 경영학부 명예교수, 김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20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열린 좌담회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
국가 외환보유고 중에 30%를 회사채로 갖고 있다. 상식에 배치되는 것이다.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런 점 때문에 2600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고가 시가 폭락 때문에 제대로 가동을 못 했다. 지금 환율이 불안한 것도 외환보유고가 리스크에 많이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하루 하루아침에 포트폴리오를 바꾸진 못하지만 금감원에서도 이 부분을 강조해줬으면 좋겠다.

지금 일각에선 내일모레 나라가 망가질 것이란 불안심리를 조성한다. 이번 좌담회를 통해서 금융당국도 문제를 잘 안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전적으로 문제를 예방하면 위기를 넘길 수 있다.

“신규 주택 공급 막히면 건설업도 타격”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이)=
문재인 정부가 시작했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그대로 유지가 되면서 기준금리가 올랐다. 이렇게 되면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 어렵다. 당연히 신규 매수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시장 가격이 자연스럽게 하락했다기보다는 시장이 억눌린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그렇다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부동산 시장 전체 방향을 바꿀 만큼 유의미한가. 일반적으로는 대출 금액 자체가 3억~4억원을 넘어가는 경우가 적다. 금리가 올랐을 때 원리금 상환이 너무 부담돼 집을 경매에 잡히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많지 않을 것이다.

신=부동산 규제가 지금과 안 달라진다면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 거라고 보나.

이=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집값이 오를 때 하는 것이다. 재건축 후에도 집값이 똑같으면 아무도 안 한다. 신규 택지 사업은 공사 원가가 많이 상승했다. 앞으로는 분양가 3억~4억대 수준에 분양하지 못할 것이다. 공사비가 안 나온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한 번 공사를 수주해 3~4년 먹고사는 구조다. 지금은 기존에 수주된 곳이 있기 때문에 2~3년은 문제없다. 이 기간이 지나면 그 사이에 신규 수주한 물량이 있어야 하는데 주택 신규 공급이 줄어들면 건설업 경기는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다.

신=항간에서 집값이 하락해서 담보대출이 깡통이 된다면 금융기관 건전성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과장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이=지난 정권에서 대출 규제가 매우 엄격했다. 서울 아파트 LTV(담보인정비율)가 40%까지 낮아졌다. 담보가치와 비교하면 대출 비중이 작다는 것이다. 대출이 이런 식으로 엄격하게 나가는데 이런 대출을 금융사가 회수할 수 없다는 건 부동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경제의 크나큰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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