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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CNBC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사메르 알갑반 이라크 석유장관은 성명을 통해 “새로운 감산 합의엔 OPEC+(OPEC 및 비OPEC 10개 산유국) 외에도 미국과 캐나다, 노르웨이와 같은 주요 산유국들도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하일 마즈루에이 아랍에미리트(UAE) 에너지장관도 이날 “OPEC+를 비롯해 모든 산유국들의 일치된 감산 노력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이들 발언은 당초 6일 예정돼 있던 OPEC+ 화상 회의가 9일로 미뤄진 이후에 나왔다. 이번 회의에는 미국도 참석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OPEC+ 회의 연기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감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 OPEC+ 회의를 연기하게 된 주된 원인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OPEC의 한 관계자는 이날 CNBC에 “사우디와 러시아간 협상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진짜 문제는 미국”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두 장관의 발언을 살펴보면 미국을 감산 합의에 끌어들이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미국과 군사적·전략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라크와 UAE가 미국에 직접 감산을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미국의 군사적 지원보다 원유 수출길이 막히는 것을 더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울러 지난 수년 간 국제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선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지지한 것은 OPEC+인데, 정작 이득을 본 것은 미국 셰일오일 업계라는 불만도 내재돼 있다. 이미 미국이 사우디를 넘어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자리매김했는데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인식이다. 러시아 역시 미국 셰일오일 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렸다며 같은 불만을 품고 있다.
미국이 감산에 동참하더라도 국제유가 수준이 어느 정도까지 오를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미국 셰일오일 업계는 유가가 배럴당 평균 45달러는 돼야 채산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나 푸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하루평균 1000만배럴을 감산할 경우 배럴당 30달러선을 방어하는데 그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예측했다.
한편 OPEC+ 회의가 연기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국제유가는 급락했다. 6일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일 대비 2.36달러(8.33%) 급락한 배럴당 25.98달러로 장을 시작했다. 브렌트유 선물 역시 전일보다 3.2달러(9.18%) 내린 31.63달러에 거래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