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소변 검사만으로 통증 없이 정확히 성조숙증 진단한다

KIST, 유아 소변 검사만으로 성조숙증 진단 기술 개발
채혈 필요없는 비침습적 방법…향후 어린이들의 성조숙증 진단기술 발전 기대
  • 등록 2018-12-04 오후 3:58:30

    수정 2018-12-04 오후 3:58:30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국내 연구진이 통증 없이 빠르고 정확하게 성조숙증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좌) 소변 내 다중 호르몬 검지 기술 모식도, (우) 바코드 화학물질의 질량 분석 방법. 그림=KIST.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생체재료연구단 이효진·이관희 박사팀과 도핑콘트롤센터 김기훈 박사팀이 공동연구를 통해 비침습적 호르몬 검지법을 개발하고 어린이 소변에 극미량으로 존재하는 성호르몬을 세계 최고의 감도 수준으로 검지(檢知)하는데 성공했다고 4일 밝혔다.

현재 성조숙증 진단에 사용되는 ‘호르몬 방출 검사(성선자극 호르몬 검사)’는 유도제 주사 후 일정한 간격으로 채혈해 주사 전과 후의 호르몬 수치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어린이들은 반복적 채혈로 인한 통증과 이로 인한 심리적 부담감을 호소해왔다. 인위적으로 자극을 가해 호르몬을 측정하기 때문에 검사 대상자의 신체 환경 및 주변 요인이 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단점이 있었다.

KIST 연구진은 이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소변 속 여성 호르몬 에스트라디올(Estradiol)과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을 표시하는 나노 입자를 도입하고 질량분석기 신호를 증폭해 한 번에 여러 종류의 호르몬을 효과적으로 검지하는 비침습적 방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KIST 연구진은 먼저 특정 호르몬을 검지할 수 있는 항체와 압타머(Aptamer)가 부착된 나노입자에 이온화가 용이한 화학물질을 동시에 도입했다. 이때 각 호르몬을 대표하는 화학물질을 다르게 도입함으로써 마치 물건을 살 때 바코드로 상품 정보를 확인하듯 질량분석기가 이들 특정 화학물질을 검지하면서 타깃을 표적해 성 호르몬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압타머란 표적분자에 높은 친화성과 특이성으로 결합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진 단일가닥 핵산(DNA, RNA 또는 변형핵산)을 말한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이 같은 비침습적 호르몬 검지법이 사람의 소변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또 소변 내 호르몬을 직접 질량분석기로 검출하는 방법보다 연구진이 개발한 나노입자에 부착된 바코드 화합물을 이용해 검출했을 때 약 1만 배 이상의 신호 증폭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는 학계에 보고된 호르몬 검지능 중 최고 수준이다.

KIST 이효진 박사는 “바코드가 물건 정보를 알려주듯 화학물질이 바코드 역할을 하는 원리”라며 “향후 호르몬 뿐만 아니라 소변 내 검지가 어려웠던 다양한 저분자 검지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한국연구재단 이공분야 기초연구사업과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센서와 액추에이터 B: 케미컬(Sensors and Actuators B: Chemical)’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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