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정지 속에도 일본 외교 수장이 한국을 방문해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했다. 이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흔들림 없는 관계’를 다져나가자고 뜻을 모았다. 다만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온도차는 여전했다.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을 접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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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외무상은 최 권한대행을 만나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한국과 일본이 흔들림 없이 협력하며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기재부는 전했다.
앞서 이와야 외무상은 전날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기자회견을 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이어나가자는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한 바 있다. 조 장관은 “한일 양국은 자유, 인권, 법치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가까운 이웃”이라고 말했고 이와야 외무상 역시 “양국은 국제사회의 여러 과제 대응에 있어 파트너로서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국가”라고 답했다.
이와야 외무상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는 방향으로 조정 중”이라며 “한미일 전략적 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신(新) 정부에 전달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야 외무상은 20일(현지시간)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 초청받은 상태다.
물론 트럼프 2기가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북한이 연이어 도발에 나서며 동북아시아 정세는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한국과 일본은 안보 협력을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비상계엄 사태와 그에 따른 탄핵정국으로 정상 공백이 큰 우리 정부로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에 이어 이와야 외무상이 방한한 점은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외교가 정상 작동한다는 증명이 되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 11월 사도광산 추도식 파행과 관련해선 아직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마침표가 찍히지 않은 상태다. 실제 과거사에 대한 양국의 이견은 전날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드러났다. 조 장관은 사도광산 추도식 관련 질문에 “희생자를 진심으로 위로하고 앞으로 역사적 의미를 기억하는 행사가 되도록 일본 측과 진지하고 솔직하게 협의하기로 했다”며 “여러 우려 사항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했다.
반면 이와야 외무상은 “작년 7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 정부대표가 밝힌 바와 같이 매년 추도식을 현지에서 실시할 계획”이라며 “한국정부와 잘 소통해 나가고자 한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다. 결국 과거사 문제 인식 차이가 여전한 상황이다. 이번 회담 후에도 일본의 춘계예대제 야스쿠니 신사 참배, 교과서 검정, 외교청서, 방위백서,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주장 명칭)의 날 등에서 다시 간극을 확인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현 정부 들어 과거사 문제는 우리가 일본에 맞춰오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이번 외교장관 회담에서 사도광산 추도식에 대해 우리 측이 또다시 문제 제기를 한 것은 분명 의미가 있겠으나, 일본의 대응이 없다면 결국 똑같은 어려움을 되풀이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