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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처럼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 캐피털사 등 여신전문 금융회사(여전사)는 대부분 여전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고객들에게 대출해줘 수익을 얻는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에도 나서고 있지만 규제 등으로 한계가 있어 여전히 여전채 의존도가 높다.
문제는 가뜩이나 조달 비용이 커지는 와중에 은행채 발행 증가로 여전채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시중은행들이 발행하는 채권 금리는 AAA로 초우량채라, 여전채 수요가 외면받으면 금리를 더 올려서라도 수요를 끌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레고랜드 사태 당시 출시됐던 고금리 예금의 만기가 돌아오자 은행권에서 과도한 수신 경쟁이 벌어질 것을 우려해 은행채 발행 한도 규제를 풀어줬다. 금융위원회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 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 채권 발행을 만기 물량의 100~125%선으로 제한했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이 풀리면서 4분기부터 은행채 발행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여전채에 대한 투자 수요가 급격히 위축돼 조달 상황이 매우 악화되고 있지만 대체 조달 수단도 마땅치 않아 당국의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조달 비용 부담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작년 하반기 고금리 탓에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진 카드사들은 무이자 할부 혜택을 대폭 줄이기도 했다. 대손충당금을 늘린 전업 카드사들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4168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8% 감소하며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여전채 금리가 오르면 카드론 금리도 영향을 받아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신금융협회에 공시된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등 7개 전업카드사의 8월 말 카드론 평균 금리는 12.49~15.06%였다. 카드론 평균 금리는 지난 7월엔 12.74~14.6%였는데 이제 연 15%대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8월 말 기준 국내 카드사들의 카드론 잔액은 38조6850억원으로 전월(38조1873억원)보다 4977억원 증가했다. 작년 말에 비해선(36조3191억원) 2조3000억원 넘게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