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지난해 고공행진하던 전기차 관련주가 맥없이 꼬꾸라지고 있다. 미국 뉴욕 증시의 전기차 업체와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가 동반 부진한 가운데 가격 전가력이 높은 소재 업체마저 미끄러지고 있다.
1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2차 전지 양극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비엠(247540)은 전 거래일보다 3만300원(6.36%) 하락한 44만6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코프로비엠은 이날까지 5거래일 연속 하락해 1주일 새 시가총액 1조원이 증발했다. 코스닥 3위·9위권인
엘앤에프(066970)와
천보(278280)도 각각 6.22%, 7.37% 하락했다.
배터리 셀 제조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삼성SDI(006400)도 이날 각각 0.89%, 3.42% 내렸다.
SK이노베이션(096770)도 1.5% 떨어지며 일제히 파란불을 켰다. 배터리 분리막을 제조하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도 2.61% 하락했다.
이날 2차 전지주가 일제히 급락한 것은 최근 미국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루시드·리비안 등 전기차 종목이 일제히 폭락 것과 무관치 않다. 11일(현지시간) 테슬라는 전 거래일보다 8.25% 내린 734달러를 기록했다. 주당 1000달러를 넘겨 ‘천슬라’로 불리던 테슬라는 다시 ‘칠백슬라’로 돌아갔다. 루시드와 리비안도 각각 13.10%, 9.61% 급락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수익성 부담과 중국 봉쇄·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공급 불안·수요 둔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원자재값 상승을 판매가격으로 전가할 수 있는 양극재 업체의 경우 배터리 제조업체보다 상대적으로 주가 흐름이 좋았으나 최근에는 이들 종목마저 흔들리는 모양새다. 전날 기준 직전 3개월(2월11일~5월11일) 동안 LG에너지솔루션이 17.49% 하락할 때 에코프로비엠은 51.52% 급등했다.
증권가에선 2차 전지 업종이 향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줄 메가 트렌드는 맞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철저한 선별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중국 봉쇄로 인한 부담감으로 한국 2차 전지 업체들이 프리미엄을 받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배터리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는 56배로 중국의 26배보다 높았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은 중국이며, 한국 배터리의 주 공급처인 유럽 시장은 상대적으로 작다.
장정훈 연구원은 “중국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구조적으로 꺾였다거나 한국 배터리 업체의 주요 수요처인 유럽의 전기차 판매량이 중국을 넘어설 것이라는 가정을 하기 어렵다면 소재 업체들의 경우 중국 대비 2배 넘는 프리미엄은 유지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