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프리즘]대낮에 강남 한복판서 7억 원 훔친 빈집털이 일당

지인 외출 시간·비번 알아내 또 다른 지인들과 거액 훔쳐 도주
  • 등록 2022-03-02 오후 4:22:22

    수정 2022-03-02 오후 4:22:22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대낮에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6억7000만 원을 훔쳐 달아난 4인조 빈집털이 일당에게 어떤 처벌이 내려졌을까.

어느 날 권모(30)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피해자가 투자를 위해 집에 거액의 현금을 보관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자신의 지인인 박모(28) 씨와 공모해 이 돈을 훔치기로 마음먹었다.

권 씨는 피해자가 집을 비우는 시간과 출입문 비밀번호 등의 정보를 알아내 이를 박 씨에게 전달했다. 지난해 3월 2일 박 씨는 또 다른 일당 2명에게 이날 오후 2시 30분께 피해자의 집인 서울 역삼동 한 주택에 침입해 돈을 훔쳐 나오게 한 뒤 대기 중이던 차에 태워 함께 달아났다.

직접 돈을 훔친 2명은 인근 카페에 남긴 QR코드 등이 단서가 돼 붙잡혔다. 박 씨는 범행 이후 부산과 대전 등으로 도주하다가 결국 검거됐다.

범행이 탄로 날 위기에 처하자 권 씨는 피해자에게 ‘박 씨가 의심스럽다’며, ‘합의를 봐 주겠다’고 제안한 뒤 2억6000만 원을 피해자에게 되돌려 줬다. 권 씨가 결백하다고 믿은 피해자는 돌려받은 돈을 다시 권 씨의 부동산 사업에 투자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4명 모두에게 징역 1년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중 직접 범행을 실행한 2명은 박 씨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고 범행으로 얻은 이익이 크지 않다는 점을 참작해 징역 1년과 징역 1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3부(당시 차은경 김양섭 전연숙 부장판사)는 최근 특수절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당 중 주범 권 씨에게 1심과 같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범행을 구체적으로 지시·실행하고 별도의 절도 혐의까지 받는 박 씨도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권 씨는 항소심에서 “범행에 가담한 적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권 씨가 경찰서 유치장에서 나머지 일당에게 진술 방향을 통일되게 지시하려 시도한 점, 박 씨 도주 과정에서 수시로 소통한 점 등을 이유로 공모 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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