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석유공사 해외 알짜 자산 2.4조원 민간에 매각

해외투자사업 실패로 부채비율 2287% 급증
내년 부채비율 500% 목표 추가 자구안 내놔
  • 등록 2019-03-11 오후 3:23:01

    수정 2019-03-11 오후 3:23:01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지난 7일 울산 본사에서 임직원에게 비상경영계획을 발표하는 모습. 석유공사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이명박 정부 때 공격적인 해외투자사업에 나섰다가 부채난에 빠진 한국석유공사가 2조4000억원 규모의 해외 알짜 자산 매각을 추진한다.

석유공사는 11일 세종시 한 식당에서 오찬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비상경영계획안을 발표했다.

석유공사는 지난 연말 기준 부채비율이 2287%로 급증하는 등 재무 위기다. 공사는 지난 한해 전년보다 3배 늘어난 543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부채 원금도 6742억원 상환했다. 그러나 2008~2012년에 걸쳐 추진한 해외투자사업이 부실화한 탓에 1조159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08년 이라크 쿠르드 사회간접자본(SOC) 개발 투자금 중 회수가 어려운 6352억원과 과거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 4260억원 등을 손실 처리한 데 따른 것이다.

공사는 2016년 이후 진행해 온 자구노력과 함께 추가 대책을 내놓고 부채비율을 올 연말 1200%대, 내년 500%대로 낮춘다는 목표다.

공사는 이를 위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미국 이글포드 광구 등 우량자산 지분 2조4000억원어치를 지배력 유지에 필요한 지분만 남기고 모두 민간에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협의해 수익성 있는 우량자산을 패키지로 묶어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민간 전문가로 구성한 해외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TF)는 지난해 7월 자원 부문 공기업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권고했다.

또 반년이 지난 이달 8일 석유공사가 제도 개선은 상당 부분 이행했으나 투자 유치와 자산 매각 등 조치는 아직 초기 단계라며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공사는 2016년부터 추진해 온 인력 감축에도 속도를 낸다. 올해와 내년에 걸쳐 본사 정원을 42명, 해외 자회사 인원 286명을 감축한다.

2016년 계획보다 각각 28명, 183명 늘어난 목표다. 이와 별개로 3급 이상 고위직 인원도 현재보다 10%(24명) 줄이고 해외 파견인력도 27명 줄이기로 했다.

예산 긴축 편성 기조도 이어간다. 공사는 예산 집행 절감액을 지난해 5%에서 올해 30%로, 유보액을 15%에서 20%로 높여 잡았다.

이 과정에서 임원 비서진도 대폭 줄고 기사도 공동 운영한다. 올 상반기 중에는 보유 중이던 임원 숙소도 매각 후 임차 방식으로 축소 운영한다. 양수영 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금 50%를 반납한다.

공사 관계자는 “2016년부터 추진해 온 구조조정 계획을 한층 강화했다”며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공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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