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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재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장(사진)은 28일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기관투자자들의 참여가 급선무”라며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날은 그가 코스닥시장위원장으로 취임한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거래소는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난 4월 초 기존 코스닥시장 본부와 다른 별도의 위원장직을 신설했다. 28일 취임 100일을 맞은 길 위원장을 서울 여의도 거래소 사옥에서 만났다. 그는 “앞으로 한국 경제를 이끌어 갈 중심축은 대기업이 아닌 벤처와 스타트업”이라며 “코스닥 시장이 든든한 성장의 버팀목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韓商 찾아 코스닥 상장 유치에 주력
코스닥시장 위원장에게 주어진 기본 업무는 코스닥 상장 기업 심사 및 폐지 작업을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더 큰 역할은 우량 기업 상장 유치다. 길 위원장이 취임 후 주력한 부문도 보다 우수한 코스닥 기업들을 직접 찾아나서는 일이었다. 그는 “코스닥 시장을 고객이 찾는 백화점에 비유한다면 우리가 하는 일은 더 좋은 물건을 진열하기 위해 현장을 직접 뛰어 다닌 것과 같다”며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만한 우수한 기업이 많으면 자연스럽게 투자자들도 몰리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코스닥 시장이 미국 나스닥 진출 전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도 있고 한국 유관 비즈니스를 영위할 경우 나스닥 보다도 장점이 많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대 이상으로 코스닥 시장 진출에 관심을 갖는 우수 기업들이 많았다”며 “미국 내에서 기술력을 인정 받은 기업이나 한류 브랜드를 전파하는 패션 업체 등과 만남을 가졌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의 경우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장 요건을 완화하고 유치에 힘썼지만 테슬라 상장 1호인 카페24를 제외하면 큰 성과가 없다. 길 위원장은 이에 대해 “대외적 여건이 좋지 않은 측면이 컸다”며 “시장 상황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멀리 보고 장기적인 큰 그림을 그려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기관투자자 CIO 직접 만나 코스닥 투자 설득할 것
이를 위해 거래소는 증권사 투자은행(IB) 기업공개 담당자들과 소통을 원활히 하는 사전협의 제도를 활성화했다. 그는 “기업공개(IPO) 담당자들이 거래소와 협의할 수 있는 제도는 원래 있었지만 예전에는 적극 활용되지 못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담당자들이 사전에 조율할 수 있는 통로로 적극 이용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상장 심사에 들어간 기업들이 누락 없이 다 통과된 이유도 이 같은 사전 협의제도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앞으로 주력할 일은 코스닥 시장에 대한 기관 투자자의 관심을 유도하는 작업이다. 거래소는 기관 투자자 유치를 위해 지난 4월 코스피와 코스닥을 아우르는 KRX300 지수를 선보였지만 아직까지 기관들의 활용도가 낮은 편이다. 길 위원장이 CIO들을 찾아 나서려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국내 기관들이 한국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코스닥 시장에 투자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취임 후 지난 100일간 코스닥 시장은 대외적 여건 등으로 주가가 맥을 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부가 적극 추진해 온 코스닥 시장 활성화도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길 위원장은 “코스닥 시장 활성화의 성패를 단순히 주가와 연동지어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보다 장기적으로 보다 구조적인 업그레이드 작업이 중요하고 이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거래소가 직접 제2의 펄어비스 같은 기업을 찾고 이들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