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공적자산’ 뉴롯데 만든다(종합)

지난 10월 12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지주 출범식에서 신동빈(왼쪽) 롯데그룹 회장이 회사 깃발을 흔들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롯데그룹)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롯데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을 잘 안다. 깨끗하고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신동빈 롯데회장 1심 선고공판 최후진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질적성장과 투명성 강화를 내건 ‘뉴(new)롯데’ 완성에 박차를 가한다. 법정구속을 면하면서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상동 부장판사)는 롯데가 경영비리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신 회장에게 징역1년8월에 집행유예2년을 선고했다.

신 회장의 복심이자 핵심 전문경영인인 황각규 롯데지주 사장과 소진세 롯데사회공헌위원장도 배임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그룹 개혁작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 이유에 대해 “피고인의 (경영비리) 가담정도와 현재처한 대내외적 어려움을 감안하면 경영일선서 빼는 것 보다 기업활동과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기회를 주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그동안 롯데를 ‘가족중심 기업’이 아닌 ‘공적자산’이라는 인식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롯데쇼핑 상장을 통한 친인척 거래행위·경영간섭 금지 △그룹 지배구조 개선 △법·규칙에 의거한 컴플라이언스 경영 정착 등이 대표적이다.

신 회장은 또 지난해 10월 경영 쇄신안을 통해 △준법경영위원회 설치 △질적 성장 전환 △지주회사 체제 전환 △호텔롯데 상장 △정책본부 쇄신 △5년간 40조원 투자 및 7만명 고용 △경영권 분쟁 빠른 시일 내 해결 등을 핵심 과제로 발표했다. 이중 준법경영위 설치, 지주사 체제전환, 경영권 분쟁 등을 마무리했으며 나머지 과제도 이행 중이다.

신 회장은 이번 판결로 ‘원톱’체제를 굳혔다. 신 회장이 경영진의 도덕성을 우선하는 일본기업 문화상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는 수순을 밟게 되면 자연스레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불식시켰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 대표이사이자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다. 광윤사는 롯데홀딩스의 지분 28.1%를 갖고 있다. 롯데홀딩스 주요 주주들 중 광윤사를 제외한 종업원지주회(27.8%) 등은 신 회장을 지지하고 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인 호텔롯데 상장도 오너리스크를 제거함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롯데는 한일 경영고리를 끊을 수 있다.

10조원 규모의 해외 투자사업인 롯데의 ‘남방정책’도 순항하게 됐다. 롯데는 인도네시아에서는 대규모 유화단지 건설을 검토 중이다. 인도와 미얀마에서는 M&A 등을 포함해 식품 부문에 약 2억5000 달러 정도의 추가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롯데는 최근 인도네시아 화학제품 제조업체 지분 100%를 인수하는 등 해외 투자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롯데 임직원들은 더욱 합심해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