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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우려되는 건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부양 카드를 적지 않게 꺼냈음에도 회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단기 거시정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 구조적 저성장 추세라는 얘기다. 우리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께부터 대부분 분기당 0%대 저성장의 늪에 빠져있다.
기업투자 가계소비 모두 부진한 韓 경제
한국은행이 26일 내놓은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속보치에는 우리 경제의 이런 냉정한 현실이 그대로 반영돼있다.
가장 큰 우려는 경제첨병인 기업의 경제심리가 위축됐다는 점이다. 당장 설비투자가 부진하다. 올해 1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기 대비 -5.9%에 그쳤다. 2014년 1분기(-1.1%) 이후 2년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기업이 투자하지 않는 건 실탄이 없다기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게 경제계 분석이다.
수출과 제조업 상황도 좋지 않다. 올해 1분기 수출 증가율은 전기 대비 -1.7%였다. 제조업의 경우 -0.2%에 불과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를 보면, 1월 쇼크의 여파가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해 4분기 완성차 내수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5%나 증가했다. 최용운 한은 지출국민소득팀 과장은 “특히 12월 완성차 판매가 두드러졌다”고 했다. 그러나 1월로 넘어오며 곤두박질 치면서 1분기 판매 증가율도 6.9%로 급감했다.
더 주목해야 할 포인트도 있다. 완성차업계가 내수에 관심이 높은 건 수출이 부진한 현실도 동시에 자리한다는 점이다. 개소세 인하 효과를 톡톡히 봤던 지난해 4분기 때 수출은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3.5%)을 했다. 올해 1분기는 -11%로 더 안 좋았다. 업계 사람들은 “2분기는 더 지켜봐야 겠지만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다”고 말한다.
기업의 경제심리가 얼어붙은 건 가계가 소비를 하지 않은 측면이 크다. 1분기 민간소비는 메르스 사태가 덮친 지난해 2분기(-0.1%)보다 더 낮은 -0.3%를 기록했다.
거시정책 약발 안먹힌다…추세적 저성장
그렇다고 정부가 손을 놓고 있던 게 아니다. 1분기 정부 주도의 소비와 투자는 더 증가했다. 정부소비 증가율은 전기 대비 1.3%로 상승세다. 정부투자도 증가세라고 한은 측은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1분기 92조1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했다. 올해 쓸 돈의 33%를 미리 당겨서 집행한 것이다.
전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1분기 재정집행률이 높게 나오면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많이 지출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정부 투자가 1분기 성장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럼에도 경기를 꿈틀대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저성장이 더이상 낯설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이런 추세는 굳어지고 있다. 2010년 이후 분기당 성장률이 1% 이상 기록했던 적은 8차례에 불과하다. 그나마 2010년 3분기~2011년 1분기는 1.0%에 턱걸이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기준금리를 더 내리는 식의 정책이 효과를 나타내기에는 구조적인 불황 요인이 크다”면서 “파격적인 정책이 아니고는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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