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대통령제]"실패한 대통령제 이대로는 안된다"

현행 대통령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 높지만 개헌 의견은 절반 수준
  • 등록 2015-08-10 오후 7:00:10

    수정 2015-08-17 오후 5:46:44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이데일리는 대학교수, 연구기관 대표, 여론조사업체 대표 등 정치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광복 이후 70년간 숨가쁘게 달려온 대통령제가 여전히 유효한지 묻기 위해서다.

10일 전문가 20인 조사 결과 ‘87년 체제’로 들어선 현 대통령제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방법론은 제각각이었다. 전문가 9명(45%)은 의원내각제로의 개헌에 찬성하거나 개헌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실패한 대통령제를 이제 그만해야 한다. 의원내각제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의원내각제로 바꾸면 정치비용이 덜 든다. 잘하는 총리는 오래할 수 있고 못하면 금방 갈아치울 수도 있다”고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87년 헌법’은 민주화 요구를 수용하면서 대통령 직접 선출을 중심으로 개정한 것으로 삼권분립, 권한의 분산, 보편적 가치(인권·복지 등) 구현에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닌다”며 “헌법 전반에 대한 폭넓은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한국 대통령제의 지속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과도한 권력 집중과 이로 인한 정치제도의 낙후성”이라며 “국민들의 정치의식 수준이 과거와 현저히 달라진 점에서 내각제 도입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반면 전문가 11명(55%)은 대통령제에 일부 문제점이 있지만 개헌이 답은 아니며 현 체제 내에서 보완책을 찾아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문제는 권력의 집중이 아니라 권력의 견제와 균형이 무너진 데 있다”며 “의원내각제가 필요한 게 아니라 국회 등 분립된 권력기구들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도록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응답자 전원(20명)은 내년 5월 종료하는 19대 국회 내에서 개헌 가능성은 없다고 의견을 일치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반대하는 이상 어렵다”(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국민들의 관심도가 높지 않다”(배종찬 본부장)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19대 국회에서 국민이 공감하지 않는 개헌 논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는 의견이 있었다.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대통령의 독주를 막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다수는 아니었다. 전문가 5명(25%)만 연정·책임총리제 등 현 체제 내에서 권력자의 의지와 결단으로도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다당제를 통해 대통령 견제가 가능하다는 의견은 이보다 좀 더 많았다. 전문가 8명(40%)이 다당제가 현 대통령제의 폐해를 개선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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