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호주 국빈방문에서 실리외교 성과를 거뒀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내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1조원대 방산(방위산업) 수출과 희토류 등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 성과를 이뤘으나,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와중에 ‘집을 비웠다’는 비판이다. 15국길에 오른 문 대통령이 지난 3박4일 간 호주 방문에서 거둔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방산 분야다. 우리 기술로 제작한 K-9 자주포를 1조원대 수출한 데다, 호주가 내년 추진할 장갑차 ‘레드백’ 수주에서도 한국 방산업체가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다.
| 3박4일간 호주 국빈 방문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15일 시드니 킹스포드 스미스 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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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호주 캔버라 국회의사당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국방, 방산, 사이버 분야를 비롯해 안보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며 “오늘 계약이 체결된 K-9 자주포 사업을 신호탄으로 전략적 방산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로 K-9 자주포를 수출한 것은 전세계에서 이를 운용하는 국가가 단순히 8개국으로 늘어났다는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 ‘파이브 아이즈’ 국가를 대상으로 이뤄진 첫 수출이어서다.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미국과 영연방 우방국으로 이뤄진 기밀정보 공유 동맹이다. 호주로의 K-9 자주포 수출은 그만큼 국내 방산기술이 인정받았다는 방증이다.
방산 수출 못지않게 의미 있는 것은 호주와의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MOU(양해각서) 체결이다. 제2의 요소수 사태 가능성을 줄였을 뿐 아니라 향후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핵심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는 평가다. 특히 반도체와 전기차 등 국내 핵심산업에 희토류와 리튬이 필요한데 호주가 매장량에서 각각 6위, 2위를 달리고 있어, 국내 기업으로서는 안정적 파트너를 얻은 셈이다.
이 같은 실리외교에도 불구, 코로나19가 엄중한 와중에 청와대를 비웠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연합뉴스TV와 인터뷰에서 “방역은 방역대로 국익은 국익대로 함께 챙기는 것이 대통령의 책무 아니겠나”며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써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대변했다. 아울러 “대통령은 국빈방문 중에도 모든 상황에 대해 실시간으로 보고 받고 조치를 지시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의 숙원인 종전선언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호주 방문을 계기로 대두되기도 했다. 미국과 전통 우방국들이 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하는 등 종전선언 당사국인 미·중간 관계 악화가 관측돼서다. 문 대통령이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종전선언 당사국들을 한데 모으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