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금통위…1400원 환율에도 ‘깜짝’ 금리인하할까

수출 둔화·내수 악화 금리인하 뒷받침
고환율, 인하 걸림돌…환율 변동성은 완화
내년 韓성장률 1%대 조정 시 인하 가능성
외환시장 ‘동결’ 우세…인하 시 1410원 돌파
  • 등록 2024-11-27 오후 4:09:20

    수정 2024-11-27 오후 4:43:25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동결과 ‘깜짝’ 인하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1달러=1400원’의 고환율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선다면 단기적으로 원화가 추가 약세를 나타내며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고환율이지만, 변동성은 완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월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오는 28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금통위는 지난달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하하면서 연 3.25%가 됐다. ‘11월 동결’이 시장의 기본 컨센서스였으나 최근 ‘11월 깜짝 인하’에 대한 가능성이 살아났다.

3분기 성장률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트럼프발(發) 정책 리스크로 수출 경기가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주요 성장 동력인 수출이 둔화할 수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통한 내수 부양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수출 둔화, 내수 악화, 물가 하락, 부동산 냉각 등 국내 경기 상황이 금리 인하를 뒷받침하고 있지만, 1400원을 오르내리는 원·달러 환율이 인하에 걸림돌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환율은 1410원을 돌파했다. 이후에도 트럼프 당선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환율은 1400원을 넘나들고 있다.

한은도 환율을 통화정책의 중요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환율이 굉장히 높게 올라 있고 상승 속도도 크다”며 “지난번(10월)에는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도 다시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외환당국은 환율의 특정한 레벨보다는 ‘변동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최근의 환율은 1390~1410원대에서 횡보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1410원을 저항선으로 환율이 더 오르지도, 더 내리지도 않는 것이다. 환율 변동성이 완화됐다는 측면에서 이달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한은은 이번에 수정 경제전망도 발표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2~2.3%로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하향 조정할지도 관건이다. 만약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상당폭 낮춘다면, 금리 인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외환시장 ‘동결’ 무게…인하 시 환율 1410원 돌파

사진=연합뉴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금리 인하 속도 조절, 고환율 등으로 인해 현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것이란 입장이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인하할 환경은 충분하지만 금리를 너무 빨리 내리면 필요할 때는 못 내릴 것을 경계해 완화적 동결이 예상된다”며 “내년 성장률이 2.0% 이하로 내려간다면 금리 인하 시점은 내년 1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환열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내수가 부진해 금리 인하를 하는게 맞지만 최근 한은에서 환율 변동성을 통화정책에 고려 요인으로 삼겠다고 해, 지금의 높은 환율에서는 금리 인하할 것 같지 않다”며 “가계부채 등 금융 안정 상황을 봐도 인하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깜짝’ 인하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인하 시에는 한미 금리차 확대로 인해 달러 매수가 가세해, 환율이 저항선인 1410원 위로 오를 가능성도 있다.

이주원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완화적인 기조를 보일 경우 환율에 단기적인 변동성과 상방 압력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내년 성장률이 1%대로 내려간다면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며 “환율은 1410원 언저리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내년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환율은 이제 정부가 막는다고 내려가지 않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면서 “따라서 이번달에는 환율이 통화정책 고려 요인일 수 있으나, 앞으로의 금리 결정에 고환율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은행의 한 딜러는 “금통위 앞두고 국채 시장 금리도 하락하고 있고, 환율 변동성도 적어서 외환시장에는 금리 인하 기대가 있는 것 같다”며 “깜짝 인하를 한다고 해도 상단에서 수출업체 네고(달러 매도)와 외환당국의 경계감으로 인해 환율은 1400원을 크게 웃돌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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