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회장은 않겠지만 이사회 멤버로 남을 순 있어”
이 의장은 14일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회장은 제가 안 한다고 누차 말씀드렸고 (이사회에 남는 문제는) 내일 주총에서 결의되면 이사회 멤버로 남는 것이고 결의가 안 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신설된 회장직에 오르진 않겠지만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선임되면 유한양행 이사회 멤버로는 남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
유한양행은 창업주인 고(故) 유일한 박사가 기업의 사유화 대신 사회 환원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직원 출신의 사장이 경영하는 구조를 유지해 왔다. 2006년에 사라졌던 유한양행의 회장직이 이번에 부활하면서 이 의장이 신임 회장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이 의장은 “회장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강하게 부정했다. 회사 측도 “특정인의 회장 선임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유한양행은 기업 지배구조의 모범생으로 통했지만 이 의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를 지키면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완전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의장은 9년째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전임 대표이사 사장들이 임기 만료 뒤 회사를 떠나는 관행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3월 개정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사외이사가 맡아야 한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당시에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기 위해 이 의장을 의장으로 선임한 것”이라며 “이후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개정되면서 이사회 의장으로 사외이사가 더 적절하다는 판단을 받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한재단 이사회서 유일한 박사 친손녀 배제
유한양행의 최대주주(지난해 말 지분율 15.8%)인 유한재단의 경우 이사회 이사 10명 중 6명이 유한양행 전현직 임직원이다. 공익재단은 이사회 구성원 중 20%를 특수관계인인 유한양행에서 파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단을 통해 기업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파견 이사 수를 제한하기 위해서다.
|
일각에선 유 이사가 유한재단에서 물러나도록 한 일이 가능했던 데에는 외풍을 막아줄 인물을 유한재단 이사장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유 이사가 축출됐던 무렵 유한재단의 이사장은 한승수 전 국무총리였다. 한 이사장이 2022년 6월까지 재임한 이후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가 유한재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한양행의 경우 전직 국무총리나 한국은행 총재 출신이 재단 이사장에 앉아 고액의 연봉을 받고 정치적, 행정적 각종 외풍을 막아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유 이사는 15일 열릴 주총에 참여하기 위해 최근 귀국했다. 유 이사가 주총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 주목된다. 일부 임직원들은 유 이사의 유한재단 이사 재선임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작금의 논란에 대해 “회장직 신설을 둘러싸고 과도한 억측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면서 “회사 사유화도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의장과 조 대표가 보유한 유한양행 주식수는 지난해 말 기준 각각 5만5400주(지분율 0.07%), 1만7915주(0.02%)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