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보험 계약 유지를 포기하고 받는 ‘해약환급금’이 35조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매달 빠져나가는 대출 이자와 늘어난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안전장치’인 보험을 스스로 풀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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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생명보험사들이 고객에게 지급한 해약환급금 규모가 34조455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30조8197억원) 대비로는 3조6359억원 증가, 지난해 동기(24조3309억원)보단 10조1247억원 늘어난 수치다. 9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데다, 전월 대비 증가율로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도보다 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보험사의 해약환급금은 보험계약자가 만기 전에 계약을 해지할 경우 돌려받는 돈을 말한다. 통상 이 금액은 납입 보험료보다 적다는 특징이 있다. 보험을 중간에 해지하면 대부분 원금도 못 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의미다.
보험업계는 이런 원금 손실에도 지난해부터 고금리·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한계상황에 몰린 서민들이 보험을 해지하고 있다고 봤다. 실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 3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서민 체감도가 높아 대표 먹거리 지표로 불리는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6.3%, 외식 물가 상승률은 5.4%로 전체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업계는 해약환급금 급증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 봤다. 고금리·고물가·경지침체라는 복합위기가 쉽사리 잡히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3.6%, 2.6%로 지난 전망치보다 0.1%포인트(p), 0.2%포인트씩 높아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올초엔 금리 좋은 예적금 상품으로 옮기려는 움직임도 있었는데, 최근엔 팍팍해진 생활 탓에 보험 유지를 포기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추이가 지속되면 올해 해약 환급금이 45조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