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유니버셜 스튜디오 나오나…‘규제신문고’ 두드리니 ‘801건’ 개선

국무조정실, 규제신문고 주요 개선사례 발표
테마파크에 영화·드라마 세트장 설치…K콘텐츠와 시너지
반도체 생산설비 환경기준 합리화, 첨단 설비 도입 ‘촉진’
소방차 이동주유 허용…5개월새 801건 규제개선
  • 등록 2023-03-27 오후 7:19:44

    수정 2023-03-27 오후 7:27:41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한국에도 미국 유니버셜 스튜디오 할리우드(Universal Studios Hollywood)처럼 테마파크에서 영화 촬영지와 놀이기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또 반도체 기업들이 첨단 생산설비를 신속히 도입·운영할 수 있도록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설치기준도 정비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27일 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국조실)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규제개혁 신문고(규제신문고)’에서 총 2022건의 건의를 접수해 801건을 개선했다고 발표했다. 규제신문고란 국민·기업·지자체 등 겪는 규제애로를 건의할 수 있는 국민참여형 규제건의 온라인 창구다.

현행 테마파크 등 유원지 내에는 ‘도시·군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영화·드라마 세트장, 가상스튜디오 등의 설치가 불가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처럼 인기 콘텐츠를 활용해 촬영장을 관람하고 동시에 놀이기구 즐기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없었던 이유다. 일부 지자체에서 드라마 세트장 건설을 지원하고 이를 관광지화 하는 사례도 있었으나, 곧 발걸음이 끊기면서 흉물로 전락한 경우도 많았다.

규제 개선으로 테마파크에서 일반인에게 개방을 전제로한 전시·관람 목적의 촬영소 설치가 가능해졌고, 영화·드라마와 연계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도입할 수 있게 됐다. 이른바 ‘한국형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만들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국조실 관계자는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진 상황이라 연계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전략기술인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개선도 포함됐다. 반도체업계에서는 미세공정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해외기업에 장비발주를 요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경우 대부분 국제인증을 받은 완제품 형태로 들어온다. 하지만 국내 환경규제는 배관의 재료·두께·강도·내부식성 등 특정 부품 상태의 안정성 입증을 요구, 완제품 형태로 제작되는 반도체 생산설비 특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업계에서는 “완제품 형태로 받은 인증인 안정성이 더욱 확보된 상태”라며 “완제품을 일일히 분해하는 것도 어렵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환경부는 ‘반도체 제조업종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세부기준’을 제정했다. 국제인증을 받은 생산설비(완제품)의 배관은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제작요구서를 첨부하면 ‘화학물질관리법’의 시설 기준을 준수한 것으로 인정돼 기업들의 인증 부담을 크게 덜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차의 모습(사진 = 뉴시스)
재난현장에 출동한 소방차의 현장 주유까지 막는 어이없는 규제도 해소된다. 현재 모든 자동차는 안전위험 및 가짜석유 근절을 위해 탱크로리 차를 활용한 이동주유가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화재 진압에만 수일이 소요되는 대형 산불이 발생해 출동한 소방차 역시 연료가 떨어지면 가까운 주유소를 찾아 기름을 채운 후 다시 돌아와야 했다. 실제 인명을 다투는 위급 상황이 계속되면 소방당국은 어쩔 수 없이 편법으로 현장 주유를 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규제개선으로 재난현장 소방차량은 주유차량을 통한 현장 주유가 가능해져 소방현장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보다 효과적인 화재 진압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아직 석유 및 석유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규칙이 개정되지 않았으나, 규제정비 완료까지 단속을 유예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사업 참여요건 완화, 항공기 탑재용 화물의 운반차량 범위 확대 등도 규제신문고를 두드려 개선된 규제다. 국조실 관계자는 “현장 목소리를 신속하게 반영해 민생회복과 국민불편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규제신문고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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