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본드웹에 따르면 올해 9월 회사채 신규 발행 규모는 2조2632억원으로 집계됐다. 10월 6조5791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만기 도래에도 9월 회사채 발행은 만기 대비 적은 순감 발행을 기록할 전망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AA- 급 3년물 기준으로 연초 2% 중후반이었던 우량 회사채 금리가 5%대로 급등하면서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며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 일반 공모 회사채 발행이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6일 기준 민간채권평가사 4사가 제시하는 AA- 등급 3년물 금리는 5.361%에 달한다. 작년 같은 기간 AA- 등급 3년물 금리는 2.071%에 불과했다. 이에 회사채 신규 발행 규모도 작년 9월 기준 6조3476억원 수준이었으나 올해 9월 64% 이상 급감했다.
한 증권사 DCM 담당자는 “금리 변동성이 심해지면서 AA등급의 우량 기업들도 발행을 미루는 분위기”라며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 상환을 위해 공모채 발행에 나서려 해도 시장 외면에 주저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지속에 따른 국고채 금리 급등 등 올해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 요인들이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고채 3년물 금리는 4.3%대에 도달했으며, 크레딧 스프레드(회사채 AA-등급, 3년물 기준)도 2010년 12월 이후 다시 세자리 숫자를 경신했다.
이렇다 보니 한온시스템(018880)(AA-)의 경우 이달 29일 최대 4000억원 조달을 목표로 공모채 수요예측을 준비했으나 10월 중순까지 미룬 상태다. 한온시스템은 3년물 1700억원, 5년물 500억원, 7년물 300억원 수준으로 만기 구조를 짰다.
김 연구원은 “문제는 올해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의 주요한 요인인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금리 상승이 연말까지는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며 “크레딧 채권 투자 심리는 보수적인 스탠스로 돌아서면서 투자 심리가 연말까지 쉽게 회복되지는 못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가파른 금리 상승에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수요예측에서도 미달이 발생하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138040)의 경우 연달아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을 채우지 못했다. 그룹 전반의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가 과중해 기관투자가 자금 유인에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메리츠금융지주(AA0)가 이날 진행한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제15-1~3회) 수요예측에서 모집액 3000억원을 채우지 못하고 미달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만기를 1년6개월과 2년, 3년물로 비교적 짧게 구조를 짜 리테일 수요를 겨냥했으나 전 구간에서 미달이 나타났다. 1년6개월물 1500억원 모집에 540억원, 2년물 1000억원에 680억원, 3년물 500억원에 340억원에 불과한 주문이 들어왔다.
지난 27일 기준 메리츠금융지주 회사채 1년6개월물 개별민평은 5.394%이며 2년물은 5.628%, 3년물은 5.784% 수준이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 7월에 진행한 공모채(제14-1~2회) 수요예측에서도 모집액 2500억원을 채우지 못하고 미달이 발생했다.
당시 만기구조를 3년과 5년물로 짰고, 수요예측에서 3년물 2200억원 모집에 1710억원만 모집됐고 5년물은 300억원 전액 미달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증권사 채권딜러는 “은행과 제조업 지주사 대비 메리츠금융지주의 실적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기관투자가들이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무엇보다 그룹 전반의 부동산PF 익스포저가 과중해 연이은 미달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SK리츠(395400)의 경우 단기물 중심으로 만기 구조를 짰으나 자금 유인에 실패했다.
전날 SK리츠(AA-)가 진행한 무기명식 무보증 이권부 원화표시 공모사채(제1회) 수요예측에서 총 910억원의 기관투자가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 애초 모집액은 960억원 수준으로 일부 미달됐다.
한 증권사 DCM 담당자는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은 1년물임에도 기관투자가 투심을 모으는 데 실패했다”며 “이는 최근 금리가 급등하면서 기관투자가들이 보수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