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규직으로 이름만 바꾸고 비정규직 차별하는 공공기관들

공공기관 39곳, 정규직 전환해놓고 식비 등 복리후생비 차별
차별 이유는 ‘예산 부족’…민주노총 총파업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앞장
“성급한 정규직화 정책으로 잠복했던 갈등 폭발…대책 마련 해야”
  • 등록 2021-10-05 오후 4:44:23

    수정 2021-10-05 오후 9:17:39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문재인 정부가 임기 초부터 강하게 추진해 온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정책으로 인해 공공기관 비정규직들의 정규직 전환이 늘었지만,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들 중 다수가 기존 직원 식비나 명절상여금 등 기본적인 복지 혜택에서 여전히 차별 대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양수 민주노총 부위원장(가운데)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20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 투쟁선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5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들에게 식비와 복지포인트, 명절 상여금 등 이른바 `복리후생 3종 세트` 지원을 이행하지 않은 공공기관이 39곳에 이르렀다. 지난 3월 기준으론 51곳에 달해 정부가 6개월 간 이행을 독촉했지만, 그 사이 이행한 기관은 12곳에 불과했다.

미이행 기관은 경남 진주시와 경북 문경시, 서울 관악구 등 지방자치단체가 19곳으로 가장 많았다. 부산대, 경인교대 등 교육기관이 5곳이었고, 전북대병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중앙 공공기관이 2곳, (주)한빛CS 등 공공기관 자회사가 3곳, 당진항만관광공사 등 지방 공공기관이 10곳이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부터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이른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시행했다. 2017년 7월 정부가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 지난해까지 19만2698명의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다. 정부가 목표한 20만4935명 중 94%에 달하는 수치다.

이 덕에 대규모 비정규직이 고용 안정을 얻었음에도 갈등은 계속 이어졌다. 공공기관들이 비정규직 직원들을 무기계약직인 공무직으로 전환했지만, 정규직 직원들과는 여전히 차별적으로 대우했기 때문이다. 복리후생 3종 세트가 대표 사례로 꼽힌다. 특히 기존 정부 가이드라인에도 공무직 복리후생비는 식비 월 13만원, 복지포인트 연 40만원, 명절 상여금 연 80만원를 보장하라고 명시했지만 39개 기관이 이를 지키지 못했다.

미이행 기관 중 19곳은 국고보조금 사업으로 매칭할 지방비가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6곳은 위탁·출연사업으로 예산이 부족했다고 해명했고, 12곳은 자체 수입으로 운영하는 기관으로서 수입이 부족했다고 전했다. 기관이 복리후생비를 차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한 곳도 4곳에 달했다.

공공기관 정규직과 공무직의 차별이 이어지면서 정규직화 이후에도 갈등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은 이달 예정된 총파업의 핵심으로 차별 대우를 받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내세우고 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정규직화 정책이 성급하게 추진되면서 공공기관들은 실적 달성에 목을 맸을 것”이라며 “노사 간 다툼의 소지가 있는 것들은 덮어두고 정규직 전환만 신경 쓰면서 이제야 곳곳에서 잠복했던 갈등이 터져 나오는 만큼 정부에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료=김웅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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