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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광주 학동 붕괴 사고와 같이 법과 제도가 정비된 상황에서도 중대 재해가 이어지는 만큼 처벌보다는 근로자와 기업, 정부 모두 재해 예방을 위한 현장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준비 끝…노사 모두 ‘불만’
28일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내년 1월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대표이사 등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등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시행령은 직업성 질병자 범위, 공중이용시설 범위,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조치 등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위임된 내용과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했다. 특히 모호한 기준으로 논란이 일었던 열사병 기준이 ‘고열작업 또는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하는 작업으로 발생한 심부체온 상승을 동반한 열사병’으로 구체화됐다. 또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적정 예산 편성’과 ‘충실한 업무 수행’이라는 문구도 구체적인 요건을 추가해 보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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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는 “시행령 제정안은 경영책임자가 준수해야 할 의무 내용 등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법률상 불명확성을 해소하기에 한계를 갖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입법예고 기간 중 제출한 의견이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다며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 직업성 질병의 범위에서 뇌심혈관계 질환 등을 제외한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광주 붕괴사고 잊었나…“처벌만으론 중대재해 예방 못한다”
광주 붕괴 사고 불과 2년 전인 2019년 7월 서울 잠원동에서도 5층 건물을 해체하던 중 건물 벽체가 인접 도로 쪽으로 붕괴돼 시민 4명이 사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지난해 5월엔 건축물 관리법, 건축물 해체계획서 작성 및 감리업무 등에 관한 기준 등이 제정됐고 지자체에서도 해체공사 안전 확보를 위한 부단한 노력을 했지만 비슷한 유형의 사고는 계속 이어졌다.
법과 제도를 정비했음에도 중대재해 예방은 실패한 셈이다. 안전보건공단은 광주 붕괴사고가 “현장에선 형식적인 해체계획서 작성·검토 행위가 만연했고,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감리자의 업무소홀, 안전보다는 실익을 우선하는 사업구조, 건설현장의 고질적인 불법 재하청 관행 등이 결국 총제적 안전관리 부실로 이어지게 된 근원적인 문제점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즉 중대재해는 이미 관련 법령에 마련된 절차를 통해서도 예방할 수 있지만 정책과 현장의 괴리, 계획과 실행의 괴리로 인해 사고를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영백 안전보건공단 중앙사고조사단 차장은 “(광주 붕괴는)공사와 관련한 여러 책임주체의 노력 없이 관련 법·제도의 정비만으로는 사고 예방에 한계가 있음을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며 “특히 해체 건축물 조사 등에 구조전문가를 포함한 여러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도록 하고 해체계획서 검토 및 허가단계에서 다수의 전문가가 참여·의결하도록 하는 사전 심의제도 마련을 통해 검토 절차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