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그룹의 유일한 상장사이자 핵심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충주 이전을 계기로 현대그룹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을 쐈다. 13일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충주캠퍼스 이전을 기념해 열린 ‘미래비전 선포식’에 참여, 평소 ‘끊임없는 혁신만이 기업의 퇴보를 막을 것’이라고 강조해온 고(故)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말을 인용해 임직원에게 ‘혁신만이 살길’이라며 ‘제2도약’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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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현 회장은 회장 자리에 오른 직후부터 고난의 길을 걸어야 했다. 2004년 정주영 명예회장의 막냇동생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현대엘리베이터를 둔 경영권 분쟁을 치렀고 2년 뒤인 2006년에는 시동생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현대상선(현 HMM)을 두고 경쟁을 벌였다. 당시 현 회장은 ‘숙부의 난’, ‘시동생의 난’에서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 모두 지켰지만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려온 현대상선은 2017년에 결국 그룹에서 계열 분리됐다. 이후 주력 계열사였던 현대증권까지 그룹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현대엘리베이터가 그룹의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그룹의 맏형인 현대엘리베이터가 창립 이래 처음으로 38년 만에 경기도 이천에서 충북 충주로 보금자리를 옮긴 것도 현대그룹 재건을 위한 발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4년째 국내 승강기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오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를 본사와 공장 이전 확장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현대엘리베이터의 해외 매출 비중은 약 20% 수준이지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2.5%로 미미하다. 이에 현대엘리베이터는 올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을 중점 거점국으로 지정해 영업력을 강화하고 내년 이후 중동과 남미, 북미 시장으로 거점국가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 회장이 이날 ‘현대엘리베이터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거듭 강조한 것도 혁신이다. 그는 “건물에 갇혀 있는 단순한 엘리베이터가 아닌 고객의 꿈을 이루는 ‘모빌리티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현실화할 것”이라며 그룹 부활의 뜻도 내비쳤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모빌리티 사업과 관련, 지난해 우아한형제들과 체결한 ‘배달로봇-엘리베이터 연동관련 사업 업무협약(MOU)’를 시작으로 KT나 LG그룹 등과 협력해 개발한 제품을 하반기 이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