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ASML 경영진 만나 EUV 장비 도입 논의…TSMC 따라잡기 본격화

6박7일간 유럽 출장 마치고 14일 귀국
네널란드 ASML 본사서 CEO와 협력 방안 논의
스위스 들러 IOC 방문한 배경도 관심
  • 등록 2020-10-14 오후 4:20:53

    수정 2020-10-14 오후 10:42:17

[이데일리 배진솔 피용익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박7일간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14일 귀국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해외 출장을 재개한 것은 지난 5월 중국 시안에 위치한 삼성 반도체 공장 방문 이후 5개월 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돌파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에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을 방문한 점이 주목된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ASML 경영진과 만나 빠른 납품을 요청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만 TSMC와 벌이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EUV 노광장비 추가 도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ASML 본사 방문해 EUV 노광장비 공급 논의

14일 삼성전자(005930)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버닝크 최고경영자(CEO)와 마틴 반 덴 브링크 최고 기술 책임자(CTO) 등을 만났다. 삼성전자 DS부문장인 김기남 부회장도 배석했다.

이들은 7나노미터(nm) 이하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인 EUV 노광장비 공급 계획과 운영 기술 고도화 방안, 인공지능(AI) 등 미래 반도체를 위한 차세대 제조기술 개발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시장 전망과 ‘포스트 코로나’ 대응을 위한 미래 반도체 기술 전략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직접 ASML의 반도체 장비 생산공장을 방문해 EUV 노광장비 생산 현황을 직접 살펴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2000년대부터 ASML과 초미세 반도체 공정 기술과 장비개발을 위해 협력해왔으며, 2012년에는 ASML에 대한 전략적 지분투자를 통해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이 회사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ASML의 EUV 노광장비 추가 구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왔다”고 답했다.

ASML은 EUV 노광장비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기업이다. 파운드리 부문에서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과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안정적인 EUV 노광장비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EUV 노광장비의 공급량은 제한적이다. ASML은 지난해 처음 이 장비를 상용화한 후 지금까지 독점 공급하고 있다. TSMC는 현재 20대의 EUV 노광장비를 운용하고 있으며, 2021년까지 무려 50대의 EUV 노광장비를 구매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지난해 ASML에서 10대의 EUV 노광장비를 구입한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반도체 2라인 가동을 위해 장비 추가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TSMC의 구매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파운드리 업계 각각 1, 2위인 TSMC와 삼성전자는 공급이 제한적인 EUV 노광장비를 안정적이고 빠르게 조달받기 위해 ASML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이재용 부회장의 ASML 본사 방문도 이러한 맥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용(오른쪽 두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왼쪽부터 ASML 관계자 2명,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마틴 반 덴 브링크 ASML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진=삼성전자)
IOC 방문해 올림픽 스폰서십 논의한 듯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에 방문하기 전 스위스에 들러 바젤에 위치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방문했다. 이같은 사실은 이 부회장이 먼저 기자들에게 “이번에 IOC도 다녀왔다”고 말하면서 확인됐다.

이 부회장은 IOC 방문 이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올림픽 후원과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한국 기업 가운데 유일한 최상위 등급(TOP·The Olympic Partner)의 공식 후원사로,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30년 넘게 TOP 계약을 이어오고 있으며, 최근 2028년까지 공식 후원을 연장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이 ‘스포츠 외교’를 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의 부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당시 IOC 위원으로 선출돼 2017년 건강 문제로 사퇴할 때까지 국내에서 최장 기간 스포츠 외교사절로 활동했다. 이 부회장이 이 회장을 대신해 한국이 IOC와 협조하는 방안을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긴밀하게 논의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이 부회장은 이번 유럽 출장을 시작으로 기업인 신속통로(입국절차 간소화)가 허용된 베트남·일본 등 해외 현장 방문과 글로벌 기업들과의 교류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다만 경영권 승계 문제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재판에 발이 묶일 가능성도 있다. 이 부회장은 기자들에게 “다음 출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초췌한 얼굴 尹, 구치소행
  • 尹대통령 체포
  • 3중막 뚫었다
  • 김혜수, 방부제 美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