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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선열들의 묘소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관리하는 곳은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다. 문화재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사적공원’과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근린공원’으로 지정돼, ‘공원’으로서의 성격이 강해 애국선열들이 국가적 차원의 예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년이 3·1운동 100주년이자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는 가운데, 이들 애국선열 묘역에 대한 예우 문제가 다시 화두가 되고 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은 지난 19일 기자 간담회에서 “대한민국의 법통인 임시정부 주역을 모셔야 현충원이 대한민국 정통성을 상징하는 곳이 될 수 있다”며 김구 선생의 묘역 이전을 언급했다.
그는 “현재 효창공원에 안장돼 있는 김구와 윤봉길·이봉창·안중근 열사 등은 모두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 주역들이자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부합하는 인물인데 국가적 차원의 참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들은 현충원에 안장될 법적·정치적·역사적인 자격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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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묘지 이장에 대해 유족회나 기념사업회 등은 효창공원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며 반대하고 있다. 과거 효창원으로 불린 효창공원은 조선 22대 왕 정조가 어린 나이에 사별한 맏아들 문효세자와 그의 생모 의빈 성씨 등을 모신 곳이다. 일제는 조선 왕가의 묘역인 이곳을 공원으로 만들고 왕실의 무덤도 다른 곳으로 옮겼다.
김구 선생은 광복 이후 효창원에 터를 잡고 이봉창·윤봉길·백정기 의사 유해를 이곳으로 이장했다. 유해를 찾지 못한 안중근 의사의 가묘를 쓴 것도 김구 선생이다. 일제에 의해 훼손된 효창공원을 항일운동의 상징으로 삼았다는 의미다. 김구 선생은 1949년 암살된 뒤 자신도 이곳에 묻혔다. 묘역 이장은 유족들이 신청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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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에는 효창운동장을 용산 미군기지 터로 옮기고 효청공원과 합친 17만여㎡를 ‘효창독립공원’으로 성역화하는 계획을 수립한바 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축구계의 반대로 표류하다 결국 좌초했다.
김민석 민주연구원장은 “백범 김구를 비롯해 효창공원에 계신 윤봉길, 이봉창, 안중근 등 건국의 주역을 국립묘지에 모시는 일은 역사 인식과 민족 정기를 바로 세운다는 면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장이 어렵다면 지금 계신 효창공원을 국립묘지화하는 방안도 충분히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보훈정책 전문가는 “독립운동 영웅들의 묘역을 공원으로 대접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효창공원은 성역화 돼야 하며 아직 가묘 상태로 있는 안중근 의사의 유해발굴사업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현재 국립묘지법상 10개의 국립묘지로 한정하고 있는데, 이를 개정해야 효창공원의 국립묘지 승격이 가능하다”면서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가 우선시 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대구 신암선혈공원은 법 개정을 통해 국립묘역으로 승격된바 있다. 독립운동가 묘소 50여기가 있는 이곳은 기존에 대구시가 관리하던 사적공원이었지만 법 개정으로 국립으로 승격돼 올해 5월 재개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