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이데일리 김윤지 특파원 방성훈 기자] 한일 양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일본 피고 기업들의 직접 관여를 피하는 방식으로 조율 중이라고 31일 요미우리신문이 양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해당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일본의 입장이 확고해 한국 정부도 피고 기업에 대해 직접 관여가 어렵다는 판단으로 기울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 30일 오후 서울 외교부 앞에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겨레하나 등 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법 등을 비판하며 협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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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달 한국 정부는 일본 피고 기업 대신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이 조성한 기부금으로 피해자들에게 변제하는 방안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피해자들은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 등 강제징용 피고 기업들의 사죄와 재단 기부를 요구하고 있으나 일본 정부는 기부금이 사실상 보상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는 피고 기업 이외의 자발적 기부는 반대하지 않아 일본 기업인 단체인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의 기부 방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아사히신문은 “피고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각출할 생각이 없다”고 전했다. 실제 일본제철의 하지모토 에이지 사장은 작년 12월 말 “국가끼리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피고 기업의 한 간부도 “한일 위안부 합의가 정권 교체에 따라 사문화한 전례가 있어 이것이 최종적인 해결책이라고 해도 확증을 갖기 어렵다. 간단히 수용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한국의 일본 정부 사과 요구에 대해 일본 측은 식민지 지배에 대한 과거 일본 총리의 사죄 담화를 다시 읽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당시 일본 총리는 패전 5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이른바 ‘무라야마 담화’에서 일본이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나라들, 특히 아시아 제국의 사람들에 대해 큰 손해와 고통을 줬다”면서 “의심할 여지없는 이 역사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이에 다시 통절한 반성의 뜻을 나타내며, 진심으로 사죄하는 마음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는 함께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서 일제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본 측의 사과 표명을 담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여당이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새로운 사죄나 사과를 발표하는 것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는 과거 담화을 유지한다고 분명히 밝혀 ‘진정성’을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전날 서울에서 만나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비롯한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