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서울 아파트 청약시장이 양극화하고 있다. 강북 지역에선 3년 만에 최대 미분양이 발생했지만 강남 아파트엔 사상 최고 분양가에도 수천명이 몰린다.
|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 아파트 투시도. (자료=시에스네트웍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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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11일 무순위 청약 방식(아파트 정당계약 이후 미분양·미계약 물량이나 당첨 취소 물량이 생기면 청약가점에 상관없이 추첨으로 당첨자를 정하는 청약 방식)으로 198가구를 분양한다. 2019년 광진구 화양동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에서 700여가구가 미분양된 이래 서울에선 가장 많은 미분양 물량이다. 이 단지는 2순위 청약까지 받아 겨우 청약 미달은 면했지만 이후 당첨자들이 대거 분양권을 포기하면서 전체 단지(216가구)의 90% 이상이 끝내 미분양됐다.
이런 현상은 칸타빌 수유팰리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근 강북구 미아동 ‘북서울자이 폴라리스’도 지난주 미분양된 18가구를 무순위 청약 방식으로 공급했다. 두 단지 모두 분양가는 주변 시세 대비 비싸게 책정됐는데 입지 등 상품성은 부족하다는 게 청약자들 평가다.
같은 서울이라도 한강 남쪽 상황은 사뭇 다르다. 포스코건설은 5~6일 서울 송파구 송파동 ‘잠실 더샵 루벤’ 청약을 받았다. 송파성지아파트를 리모델링한 이 아파트는 29가구를 일반분양했다. 청약 결과 7310명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이 252.1대 1까지 올랐다. 주택형별로 봐도 모두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잠실 더샵 루벤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분양한 아파트(도시형 생활주택 제외) 중 분양가가 가장 비싼 아파트다. 분양가는 3.3㎡당 약 6500만원, 전용면적 106㎡형 기준 25억~26억원에 책정됐다. 이웃단지인 ‘래미안 송파파인탑’인 현재 3.3㎡당 6300만원을 호가하는 것과 비교해도 비싸다. 새 아파트 분양가는 기존 아파트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된다는 통례에 어긋나는 현상이다.
비싼 분양가에도 잠실 더샵 루벤이 흥행에 대성공한 건 이 아파트가 강남권에선 ‘가물에 콩 나듯’ 나오는 청약 물량이어서다. 여기에 유주택자도 청약이 가능한 데다 분양권 전매도 자유롭다는 점도 흥행에 이바지했다. 비싼 분양가를 상쇄할 수 있는 상품성이 강남·북 청약 시장을 가른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청약시장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울에선 ‘묻지 마 청약’이 성행했지만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며 “입지나 분양가, 상품성 등 확실한 장점이 있어야 청약자들은 붙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미분양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지 않는 걸 보면 청약 시장이 완전히 꺾인 건 아니”라면서도 “분양가가 계속 높아지다보니 중도금 대출 금지선(분양가 9억원) 때문에 실수요자가 접근하기 어려워졌다. 현금부자만 무순위 청약을 통해 새 아파트를 가져가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