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미국 기준금리 인상 수혜가 예상됐던 IT(전기전자)와 은행업종이 예상과 달리 약세를 보였다. 원·달러환율 상승 기조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 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1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 은행업지수는 전날보다 1.32% 내린 222.16에 마감했다. 전기전자지수는 9791.75로 0.52% 내렸다. 각 업종의 대표종목인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신한지주(055550) KB금융(105560) 등도 1% 안팎의 약세를 나타냈다.
전기전자와 은행은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대표적인 수출, 내수 수혜주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 원·달러환율이 급등하고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움츠러들면서 해당 업종에 대한 매도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원화로 투자한 뒤 달러로 바꿔 송금해야 하기 때문에 원화 약세는 외국인에게는 불리한 환경이다.
실제 이날 원·달러환율은 전날보다 3.9원 오르면서 1180.1원에 마감, 하루만에 1180원대에 재진입했다. 이달초까지 원·달러환율은 1150원대였으나 보름새 1.91%나 오른 상태다. 이에 따라 외국인은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12거래일 연속 매물을 쏟아냈다. 세부 업종별로 외국인은 이날 전기전자 826억원, 은행 112억원, 금융 237억원씩 순매도했다. 지수가 상승한 의약품업종에서도 258억원 어치 팔아치웠다. 서동필 흥국증권 연구원은 “연말이면 외국인이 매수규모를 줄이거나 이탈하는 모습을 보였고 미국 금리 인상 불확실성 해소에도 주식을 사지 않아 연말까지 매수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원화 약세가 가파르게 이뤄지면서 더 큰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은행주에 대한 뜨뜻미지근한 반응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했지만 한국은행이 동참할 만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주는 전통적인 미국 금리인상 수혜주로 꼽히지만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 등 한은의 금리 인하 불씨가 아직 남아 있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전통적인 수혜주 외에 과거와 바뀐 상황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기 부양에 대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자신감에 베팅한다면 대형 가치주의 우위도 점쳐지지만 ‘점진적’ 금리 인상을 연준이 직접 언급한 만큼 성장주 위주로 투자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좋다고 조언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이 결정된 이후 미국에서는 인터넷, 바이오, 필수소비재 등 성장주의 우세가 나타났다”며 “한국에서도 1차 안도 랠리를 이끄는 업종은 필수소비재, 제약, 서비스 등 성장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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