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야당이 예산안 처리시한과 맞물린 세입예산안 부수법안을 본회의 자동부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추진한다. 올해 정부·여당이 상속세 및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등 대형 세제개편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야당이 이에 대한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여당은 벌써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긴장하는 분위기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국회 운영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 2건을 야당 단독으로 상정 후 산하 소위원회 회부했다. 해당 법안은 지난 11일 발의돼 숙려기간(20일)도 거치지 못했으나, 과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이 단독으로 의결을 통해 숙려기간을 생략하고 소위원회에 회부,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했다.
국회법 85조의3에 따르면 예산안(기금운용 계획 등 포함) 및 이와 연동된 세입예산안 부수법률안은 매년 11월30일까지 심사를 마쳐야 한다. 이때까지 심사를 마치지 않았다면 예산안과 세입부수법안은 바로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간주한다. 예를 들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위서 상속세 개편을 두고 여야가 대립 중이라도 세입부수법안으로 지정됐다면 11월30일 이후에는 상임위 논의를 중단하고 바로 본회의로 올라간다. 예산처리 시한(12월2일)과 세입과 직결되는 세법 개정을 맞추기 위한 장치다.
임광현·황운하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세입부수법안이 11월30일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했다고 해도 이를 본회의에 자동 부의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특히 임 의원 안에는 세입부수법안이 의결되지 않았다면, 이를 전제로 한 예산안도 상정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았다. 야당으로서는 예산안의 정상 처리를 지렛대로 세법개정안에 대한 협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셈이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도 이미 지난 8월 관련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오 의원은 “정부 조세법률안은 통상 매년 9월초 제출되는데, 현재는 11월30일까지 약 90일 밖에 논의할 수 없다”며 “20대 국회 가결법안이 정부안도 평균 244.9일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 심사기한은 너무 짧다”고 강조했다.
종전부터 야권에서는 정부(기획재정부)·여당이 세제개편안 자동부의제도를 앞세워 기재위 조세소위 등 상임위 논의과정을 불성실하게 임한다는 불만이 많았다. 제대로 협의 못한 예산이 막판 예결특위 소소위(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 보류안건심사소위원회)에서 정부와 여야 소수만 참여한 가운데 결론이 나오는 것처럼, 세제개편 역시 막판 원내대표급 협상 때만 성실하게 임한다는 불만이다.
반면 여당은 야권이 예산마저 정쟁의 대상을 삼으려고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7일 논평을 통해 “(세입부수법한의) 법정 시한을 명문화한 것은 정부의 원활한 정책 집행을 통해 국민들께 제때 필요한 지원을 해드리려는 취지”라며 “자동 부의 제도가 폐지되면 예산안 심사가 법정 본회의 처리 시한을 넘겨 늦어질 뿐 아니라, 자신들이 밀어붙이고 있는 포퓰리즘 예산을 끼워 넣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날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 부대표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것이냐는 질문에 “부당한 법안에는 할 수 있는 것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운영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다. 여당 간사인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이 증인 채택과 관련해 박찬대 운영위원장과 야당 간사인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항의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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