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 걸작 '세한도' 국립중앙박물관 품으로

문화재 수집가 손창근 선생 기부
"조선시대 선비 정신 느낄 수 있어"
11월 특별전시로 일반에 공개 예정
  • 등록 2020-08-20 오후 4:23:15

    수정 2020-08-20 오후 4:23:15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추사 김정희(1786~1856)의 걸작으로 꼽히는 국보 제180호 세한도가 국립중앙박물관 품으로 돌아온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미술품 소장가 손창근 선생이 ‘세한도’를 박물관에 기증하기로 결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세한도’는 추사가 제주도 유배 시절인 59세에 그린 그림이다. 당시 유배 중이던 스승 추사를 위해 그의 제자였던 역관 이상적이 새롭게 들어온 중국의 문물 자료를 모아 스승에게 보내줬다. 이를 고맙게 여긴 김정희가 소나무와 잣나무를 그려 이상적에게 선물한 것이 바로 ‘세한도’다

선물을 받은 제자는 이를 청나라 문인 16인에게 선봬 작품에 대한 아낌없는 찬사의 글을 받아 남겼다. 또한 오세창, 이시영 등 여러 주요 인물들의 글도 함께 남아있어 ‘세한도’를 통해 추사의 정신을 본받고자 했던 마음과 감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세한도는 조선 후기 올곧은 선비 정신이 오롯이 담겨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건조한 먹과 거친 필선에서 당시 추사가 처한 물리적, 정신적 고달픔과 메마름을 사실적으로 느낄 수 있다. 고된 유배생활을 근근이 버티던 추사에게 ‘세한도’ 속 소나무는 인간으로서 힘든 시간을 견뎌내는 추사 본인이며, 잣나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잃어버리지 않으려 애썼을 선비정신, 그 기개를 동시에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손창근 선생은 지난 2018년 선친으로부터 대를 이어 수집해온 문화재 ‘손세기·손창근 컬렉션 202건 304점’을 기증 한 바 있다. 당시에도 세한도는 기증을 하지 않을 만큼 작품에 대한 애착이 컸다.

그러나 올해 1월 국가에 기증하기로 결심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손창근 선생의 결단은 박물관이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온전히 지켜내고 우리 모두의 후손에게 다시 돌려주는 소임을 다할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공식적으로 ‘세한도’ 기증 절차가 마무리 되면 이를 언론에 먼저 공개할 예정이다. 11월에는 ‘세한도’를 공개하는 특별전시를 개최해 작품의 의미와 가치를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세한도(사진=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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