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의 가장 큰 피해자로 떠올랐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회심의 한 방을 준비하고 있다.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며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위한 강력한 추진동력을 얻었다. 이 덕에 주가가 뛰고 있고 닌텐도의 새로운 모바일게임 `포켓몬 고` 광풍까지 겹치며 그동안 맥을 못추던 일본펀드에도 한줄기 볕이 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전날보다 0.84% 오른 1만6231.43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0일 치러진 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압승하며 대규모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자 이날까지 사흘간 지수가 7% 이상 급등했다. 지난달 24일 브렉시트 발생 당일에만 7.9% 급락한 공포를 대부분 회복한 셈. 뉴욕증시도 고용지표 호조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데다 영국에서는 EU 잔류파였던 테레사 메이가 새 총리로 내정되면서 소프트(점진적) 브렉시트 기대감이 커져 엔화값도 차츰 안정세를 찾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1~2년간 고꾸라진 일본펀드 수익률에도 볕이 들 수 있을지 투자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일본주식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마이너스(-)18.6%로 해외주식펀드 중 최하위다. 1년 수익률은 -22.35%로 국내에 설정된 일본주식펀드 47개(ETF 포함) 중 한 개를 제외한 전 펀드가 마이너스다. 이 때문에 올들어서만 일본주식펀드에서 1036억원이 빠져 나갔다. 아베노믹스 초창기 엔저현상과 기업실적 호조가 맞물리면서 펀드 수익률도 승승장구했던 5년 전과는 완전 딴판인 셈이다.
그러나 이달들어 분위기가 다소 바뀌고 있다. 10개 펀드를 제외한 모든 펀드가 플러스로 전환했고 일부 펀드는 1% 이상 수익률을 내고 있다. 엔고 현상이 잦아들면서 펀드 수익률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일본 경제가 바닥을 다지고 있다면서도 투자에 있어서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희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전자산 선호로 갈 수밖에 없는 글로벌 환경 탓에 기본적으로 일본에 대한 투자의견은 중립적”이라면서도 “다만 아베 총리가 추가부양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당분간 엔화를 급등시킬 만한 요인이 없다는 점에서 다소간의 반등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도 “엔고로 인해 장기전망은 부정적”이라며 “이번 부양책으로 증시가 반등할 때 비중을 줄여나갈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또 일각에서는 일본 경제가 바닥을 딛고 경쟁력을 갖출 것이란 의견도 있다. 정 연구원은 “일본 기업 중 최근 10~20년간 글로벌 히트제품을 내놓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점에서 최근 닌텐도의 모바일게임 ‘포켓몬 고’ 성공은 큰 의미가 있다”며 “지난 3~4년간 지속돼온 구조조정 효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