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년 만에 되찾은 이름…형 대신 군대갔다 상납금 압박에 극단선택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제57차 정기회의
지휘관 부당 명령으로 초과복무
후생사업 동원돼 매월 상납금 지불
  • 등록 2022-11-29 오후 6:36:02

    수정 2022-11-29 오후 6:36:02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형을 대신해 입영했다가 군대 내 부조리를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66년 만에 진상 규명됐다.

형을 대신해 입영했다가 군대 내 부조리를 견디지 못하고 자해 후 사망한 사건이 66년 만에 진상 규명됐다. (사진=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홈페이지)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위원회)는 28일 오전 9시 30분 제57차 정기회의를 열고 43건의 진상규명을 포함한 51건의 진정사건을 종결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특별법에 따라 절차가 종결된 사건 중 병영문화 개선과 군 인권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되는 사건 두 건도 공개했다.

그중 고(故) 양 병장 사건은 결혼 후 자녀를 둔 형을 대신해 군에 입대했다가 1956년 사망했다는 내용으로 망인은 소속부대 지휘관의 부당한 명령으로 초과 복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규정으로는 3년 복무 후 전역하면 됐지만 망인은 41개월 동안 복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 양 병장은 1950년대 군의 부정부패 상징이던 후생사업에 동원돼 군 트럭(GMC 트럭) 1대를 대여받고 매월 일정 금액을 상납했다. 그러던 중 사업 부진과 트럭 고장으로 인해 상납금을 마련하지 못하자 이를 비관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형 대신 입영했던 고 양 병장은 사망 후에도 형의 이름으로 기록에 남은 상태였다. 위원회는 최근 ‘대리입영자 정정 신청’을 거쳐 숨진 지 66년 만에 본인의 이름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고 양 병장 사건을 진상 규명하며 사망 구분을 순직으로 재심사해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를 국방부 장관에게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1982년 보급품 손실 충당금을 마련하라는 강요에 따라 사망한 사건 △1988년 선임병의 구타로 자해 사망한 사건 △1990년 선임병, 선임하사 등에게 가혹행위를 당해 사망한 사건 등을 진상 규명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현재까지 접수된 사건 1787건 중 1407건이 종결됐으며 380건이 처리되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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