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위믹스 사태 막는다…코인 유통량 실시간 감시"[웹3가 온다]

이현우 크로스앵글 대표 인터뷰
유통량 실시간 감시하는 '라이브워치' 12월 출시 예고
"쟁글, 크립토 데이터 인텔리전스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
  • 등록 2022-11-08 오후 4:41:25

    수정 2022-11-09 오후 8:42:18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재단이 사전에 공시하지 않은 코인 물량이 유통될 때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공시한 유통량 정보와 상이한 행위가 온체인 데이터(블록체인에 기록된 데이터)로 탐지될 경우 투자자에게 바로 알람을 주는 서비스가 필요합니다.”

가상자산 공시 플랫폼 쟁글을 운영하는 크로스앵글의 이현우 대표는 지난 4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다음 달 중 유통량 정보 실시간 모니터링 서비스 ‘라이브워치’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정확한 코인 유통량 정보로 인한 투자자 혼란’은 블록체인 산업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게임(P2E) 대표주자 위메이드가 자체 코인 위믹스를 ‘깜깜이 유통’해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에서 일제히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현우 크로스앵글 대표(사진=크로스앵글 제공)
잊을 만 하면 대형 사건이 터지는데도 왜 그동안 유통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서비스가 없었을까. 이 대표는 그 이유를 “유통량에 대한 정의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유통량은 발행한 코인 중 시중에 풀려서 거래가 가능한 상태인 것을 말한다. 그런데, ‘시중에 풀려 있는 상태’에 대한 정의가 제각각 다르다. 실제 위메이드의 경우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에 담보로 맡긴 물량에 대해 “예치돼 있는 물량은 현금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유통된 것이 아니다”고 봤지만, 거래소들의 판단은 달랐다.

이 대표는 “유통량과 관련된 로우(원천) 데이터는 모두 공개돼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는 문제가 남아 있었다”며 “쟁글은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가장 적합한 정의를 찾아 서비스에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기본적으로 사전 공시한 내용과 실제 온체인상의 데이터가 다르면 알람이 발생하고, 재단에 해명을 요청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구체적인 기준은 서비스가 발표되는 12월에 공개할 예정이다.

쟁글은 공시 정보뿐 아니라 리서치와 온체인 데이터까지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크립토 데이터 인텔리전스’ 플랫폼이 되는 것을 목표로 진화하고 있다. 이미 수백 건의 보고서와 블록체인별 신규지갑 생성 수 등 다양한 온체인 데이터, 기본 개념 및 용어 교육자료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 대표는 “가장 강력한 투자자보호는 투자자 스스로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쟁글은 전체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투자문화를 개선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이현우 대표와 일문일답

=그동안 재단이 코인을 공시대로 유통하고 있는지 여부를 어떻게 체크해왔나.

“쟁글 내에서 유통량 데이터는 공시에서만 다뤄졌다. 전체 유통량 계획이나 락업(재단이나 파트너가 가진 물량을 일정 기간 유통 못하게 한 것) 물량 스케줄 등 유통에 관련된 정보는 재단이 공시를 통해 밝혔다. 공시는 정보가 사전에 공개되도록 하는 역할이지, 그것을 검증하는 것까지는 하지 못한다. 검증 영역은 거래소가 일부하고 있지만, 사실상 공백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왜 유통량을 모니터링하는 서비스는 없었나? 기술적인 문제인가?

“유통량과 관련된 로우(원천) 데이터는 공개돼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는 문제가 남아있었다. 유통량의 정의부터 제각각이다. 유통량이라고 하면 전체 발행량 중에 시중에 풀려 있는 물량인데, ‘시중에서 풀려 있는 상태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가 어렵다. 예를 들면 락업 지갑에서 코인이 빠져 나가면 실제 유통된 것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아직 지갑 내에 있지만 사전에 제출한 스케줄 상 락업이 풀리는 시점이 되면 바로 유통량에 포함시켜야 할 것인가. 이런 이슈가 많다. 아주 까다로운 주제다.”

=쟁글은 왜 그동안은 이런 서비스를 하지 않았나?

“쟁글은 공시 서비스와 프로젝트 평가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유통량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고, 서비스 차원에서 유통량에 대한 교통정리를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번에 모든 서비스를 할 순 없으니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업데이트해 오고 있는데, 이제 회사가 커지면서 여력이 생겼다. 우리는 공시 데이터에 대한 노하우도 가지고 있고 온체인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면서 온체인 데이터에 대한 이해도 높아졌기 때문에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라이브워치’ 서비스를 준비하게 됐다.”

=쟁글 라이브 워치는 유통량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

“우리 나름대로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가장 적합한 정의를 찾았다. 구체적인 기준은 12월 서비스 공개 시점에 공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프로젝트 재단이 공시한 정보와 상이한 행위가 온체인 상에서 탐지가 됐을 때 투자자들한테 명확하게 알람을 주고, 재단이 해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해명이 되지 않았을 경우 투자자들에게 알려주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락업 스케줄에 맞춰 유통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사전에 공시되지 않거나 락업 스케줄보다 더 빨리 코인이 빠져나가는 경우는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부분을 자동으로 캐치해서 시장에 명확하게 알려주는 서비스다.”

=최근 설립 4주년을 맞아 내부적으로 쟁글2.0을 선포한 것으로 한다. 쟁글2.0은 어떻게 달라지는 건가?

“단순히 공시, 평가뿐 아니라 쟁글이 많은 일을 하고 있다. 리서치는 국내에서 제일 잘한다고 자부한다. 가격 지표와 섹터별 인덱스도 제공하고 있고 쟁글 아카데미라는 투자자 교육 콘텐츠도 있다. 또 온체인 데이터 영역에도 꾸준히 투자했기 때문에 ‘라이브워치’처럼 새롭게 나올 서비스도 많다.

우리는 투자자들이 단순히 어떤 코인이 더 좋고 나쁘고 하는 정보를 얻는 수준을 넘어 종합적으로 현명한 판단을 하기 위한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하고자 한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투자자 보호 방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마지막 순간에는 투자자들 자체가 현명해져야 한다. 아카데미 콘텐츠를 통해 기초적인 개념부터 시작해 전체 산업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리서치를 꾸준히 제공하는 이유도 투자 문화를 개선하려는 데 있다.”

=최근 170억원 규모 투자를 받았는데, 어떤 부분을 높게 평가 받았나?

“지난 4월 KB 인베스트먼트, 신한캐피탈 등 제도권 금융사로부터 170억원을 투자받았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회사라는 점을 좋게 평가해주셨다. 쟁글이라는 창을 통해서 투자자들이 투자 판단을 할 수 있다면 굉장히 큰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 이미 수익분기점(BEP)은 작년에 프로젝트 평가 사업만으로도 넘었다.

우리가 한국뿐 아니라 해외 시장도 선도할 수 있다고 본다. 글로벌에는 쟁글 같은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 가상자산 시장은 굉장히 특수하다. 한국처럼 법정화폐를 통해 이렇게 많은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에 다른 코인들)을 거래할 수 있는 나라가 거의 없다. 한국에서는 투자자 보호에 대한 수요가 컸고, 쟁글은 한국 시장에서 민간 자율규제 교통정리를 하면서 노하우를 쌓았다. 이런 경험치를 가지고 글로벌에 적용하고, 글로벌 표준이 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웹3 시대 쟁글의 역할은 뭐라고 보나?

“웹3는 블록체인 실생활 접목과 연관돼 있다. 블록체인이 우리 일상으로 들어와서 실제 쓰이고 이용자들이 혜택을 받아야 의미가 있고 이 산업도 지속가능할 것이다.

쟁글은 그런 측면에서 웹3 베스트 프랙티스가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리서치하는 업체다. 다양한 플레이어들을 분석하고 궁극적으로 무엇이 정답인지 찾아가는 과정을 돕고 있다. 가상자산·블록체인이 단순히 투기 수단이 아니라 실생활을 개선할 수 있는 인프라로 활용되려면, 계속해서 어답션(실생활 채택) 지표를 만들어내고 추적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가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궁극적으로 지향점은 한결같다. 이 산업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공시에서 시작해서 프로젝트 평가, 리서치, 교육, 온체인 데이터, 인덱스까지 정보 카테고리를 추가해나가면서 투자자들이 종합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 돕는 인텔리전스 플랫폼이 되는 게 웹3 시대 우리의 역할이다.”

[웹3가 온다] ‘내 데이터로 왜 플랫폼만 돈을 벌까’ 한 번쯤 이런 생각해보셨나요? 이런 플랫폼 중심의 인터넷에 대한 반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용자 개개인에 권한이 분산되는 인터넷 환경 ‘웹3’를 만들자는 움직임입니다. 웹3는 아직 흐릿한 형체만 있습니다.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죠. 그래서 더 궁금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어떻게 웹3를 구현할지, 어떤 서비스들이 나올지 말이죠. 이런 궁금증을 풀어 줄 전문가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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