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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 미국 양국에 중대 승부수를 던졌다. 문 대통령은 19일 오후 KTX 경강선(서울∼강릉)을 시승 행사 중이던 대통령 고속 전용열차 내에서 가진 미국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미합동군사훈련 연기’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핵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을 위한 전환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북한에는 올림픽 참여를, 미국에는 한미군사훈련 연기를 주문한 셈이다. 이는 한미군사훈련의 축소 또는 연기에 부정적인 기류와는 배치된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합법(한미군사훈련)과 불법(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교환할 수 없다고 말해왔다. 물론 이번 제안은 영구 훈련 중지가 아니다. 평창 올림픽 기간까지만 예외적으로 한시적인 쌍중단(한미훈련과 북한 도발의 동시 중단)을 적용하자는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문 대통령의 북핵해법이 중국측의 쌍중단 수용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지 주목된다.
평창 동계올림픽 안전·성공 개최 절실…北 참여 위한 승부수
중국 국빈방문을 마지막으로 외교난맥상을 사실상 매듭지은 문 대통령의 최대 현안은 평창 동계올림픽이다. 다만 대내외적 환경은 불투명하다. 특히 북한의 도발 위협에 일부 국가들은 올림픽 참여를 머뭇거릴 정도다. 북한의 참여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안전하고 성공적인 개최를 넘어 평화올림픽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구체적인 경로는 한미 군사당국간 핫라인을 통해 논의가 오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올림픽 참여는 남북관계에도 중대 전환점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독일 베를린에서 핵심 대북구상을 담은 ‘베를린 구상’을 발표했지만 북한은 철저한 무시로 일관했다.
북미, 힘겨루기 속 文제안 검토 가능설?…한반도운전자론 재시동
아울러 문 대통령의 이번 제안은 ‘한반도 운전자론’에 입각한 묘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의 핵·미사일 완성 선언 이후 나온 카드라는 점에서 북한의 한반도 주도권만 재확인했다는 우려도 없지 않지만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한민국의 지렛대 역할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또 이번 제안은 이른바 ‘코리아패싱(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대한민국 소외 현상)’이라는 국내외의 색안경도 불식시킬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유도한 것이지만 한반도 긴장국면의 해결을 위해 북미 양국에 새로운 카드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북미가 대화 테이블에 앉을 때까지 의제 등을 놓고 팽팽한 힘겨루기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양측이 입장을 조율할 수 있는 접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다. 따져보면 북미 입장에서 이번 제안이 크게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미국은 올림픽에 참가하는 자국 선수단의 안전 확보가 가능하다. 북한도 이미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굳이 추가도발에 나서야 할 명분과 실리는 크지 않다.